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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Oct 14. 2017

엉터리 북유럽 여행기-2

대한민국 국민들은 해외여행 중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새삼 느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참 많이 다니는구나 생각했다.

가까운 중국이나 홍콩 일본 등 동남아 지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건 이제 얘깃거리도 아니지만,

머나먼 (내 딴엔) 북유럽의 나라 커피숍에서 그리고 유료 화장실에서 우리나라 여행객들을 수시로 만나다 보니 김이 새는 건 사실이다.

얼마나 벼르고 별러 여행사에다 몇백만 원씩이나 내고서 큰 맘먹고 왔는데 이렇게 평범하고 일반적인 일이었단 말인가.

그냥 말과 얼굴이 같은 동포를 만난 것도 아니다. 이건 동네 이마트에 온 것도 아니고 같은 아파트 통로 이웃을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유람선 타다가 만나질 않나, 식당 화장실에서 일가친척들이 만나 형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이 주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오다 보니 빤한 코스에서 여행 날짜만 서로 겹친다면 마주치게 될 확률이 높다. 6,7,8월 여름이 북유럽 여행의 성수기라니까.  

어쨌든,

열흘이 넘는 동안 어디 어디엘 다녀 왔는지 헷갈렸는데, 집에 와서 북유럽 여행 검색을 해보니 많은 여행기가 주르르 올라와 있어서 아하~ 여기가 거기였구나 하며 컨닝이 가능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어디가 어딘지 아직도 나 혼자 헤매었을 것이다.

내가 다녀온 곳들을 슬슬 컨닝해 가면서 더듬어 보기로 한다.


먼저 덴마크의 코펜하겐.

다녀보니 북유럽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처음 덴마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다들 참 잘생겼다'라는 것이다. 반짝이는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무심코 걸어가는 미남미녀들을 보고 있자니 현지 가이드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 설명해준다.

조상인 바이킹족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했을 때 약탈하면서 남자들은 죽이고 예쁜 여자들만 골라 데려와 예쁜 아이들을 낳으면서 후손들이 이렇게 예쁜 거란다. 그럴 듯 한 말이다.

어쨌거나 길거리에 널린  늘씬 날씬한 미남미녀들을 실컷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북유럽으로 여행 온 기분을 한껏 느끼면서 돌아 다녔다.    

첫 숙소였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일랜드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자전거 도로가 참 잘 되어있구나 싶었다.

이곳에선 자전거가 제일 우선권이 있고 그다음은 사람, 그다음이 차라고 한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 서있으면 자전거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휙휙 지나가고, 자동차는 횡단보도 앞에 무조건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자전거의 천국답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시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관공서 안에 주차장 대신 자전거 보관소가 차지하고 있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총리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단다.

방금 지나간 여성도 국회의원이라는데 평범한 직장여성의 퇴근 차림으로 백팩을 멘 채 자전거에 획~ 오르는 걸 보고는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아말리엔보르 궁전.


현재 여왕과 왕자 등 왕족들이 살고 있는데, 얼마 전 신문에서 여왕의 남편이 자기가 죽으면 여왕과 함께 묻히기 싫다고 선언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프랑스 외교관이었다는 여왕의 남편이 최근 치매에 걸렸다는 보도도 잇달아 나왔는데 오래 산 여왕 부부의 문제에 덴마크 국민들 관심도 별로 없어 보인다.

여왕은 휴가를 갔는지 부재중이라는 표시를 해놓았다. 아말리엔보르 궁에 국기가 게양되지 않았을 때는 여왕이 없다는 표시라고.



근위병이 팔짱을 끼고 아주 천천히 왔다 갔다 하며 폼을 잡고 있다.

가끔 저 빨간 통속에 들어가서 쉬는 것 같기도.

머리에 쓴 곰 털모자가 무척 더워 보인다.


니하운 운하

유람선을 타고 코펜하겐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았다.

저 창문에 있는 무늬들은 못쓰게 된 구명조끼들을 모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대부분 북유렵 국가들의 환경 사랑은 이런 식이다. 환경도 보호하고 멋진 장식도 포기하지 않는.

유람선에서 한참 안내하던 아가씨가 영어로 설명하다 말고 배가 다리 밑을 지나게 되자

'수그리~!' 라고 외쳐서 다들 빵 터졌다. ^^



뒤죽박죽 여행기는 계속된다.

스웨덴 거리에서도 역시 미남미녀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같은 나라 느낌이다.

스웨덴은 발명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란다.

세계 각국에서 거둬들이는 로열티만 해도 엄청나다고.

하긴 노벨상을 만들어서 유명한 노벨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특허 내서 떼돈을 벌었겠다.

특허받은 자부시 크림 사서 발라보라고 현지 가이드가 안내했지만 패스~

친구가 발라보겠다고 한통 샀는데 아직 효험을 보지 못했단다. 좀 더 두고 볼일.


북유럽은 물가가 비싼데 그래도 그중에 핀란드가 가장 물가가 낮아 노르웨이에 사는 교포들은 차를 타고 핀란드로 쇼핑하러 간다고 한다.

반도 끝에 위치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로선 참 부러운 일이다. 차 타고 이웃나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들이 말이다.

남북통일이 된다면 우리도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비행기 타지 않고도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을 테니 통일 후의 어느 요소보다 그게 참 매력적인 것 같다.

그런 날이 언제나 오려나.


 

집에서 살림만 하던 아줌마(할머니)들을 광장에 풀어놓으니 저렇게 자유롭고 대담한 포즈들이 나온다.

남자들이 예비군복 입혀놓으면 변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원로원 광장.


해마다 노벨상 수상 뉴스가 나오면 이곳이 생각날 것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

아래층 블루홀에서 시상식이 끝나면 2층의 이 황금의 방에서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시청사 1층 블루홀.

예약이 있는지 의자를 배치하는 등 분주하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각종 세미나가 열리는 인기 장소로 대여료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라는 프리미엄을 이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나 보다.


노벨 평화상은 스웨덴이 아니라 노르웨이의 오슬로 시청사에서 열린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한번 퍼지르고 앉아보니까 어디서건 자유로운 자세가 나온다.

서서 찍으려니 벽화가 다 나오지 않자 주저 없이 앉아! 자세로...


이 모든 여정에서 어김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난 건 물론이다.

특히 단체여행객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하나 만나긴 했다.

그런데 그도 처음엔 우리를 모른 척했다.

아마도 속으로 '어휴 동네 아줌마들 떠드는 소리를 여기까지 와서 들어야 하나'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동네 아줌마들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왔으니...


헬싱키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할 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알레그로라는 핀란드와 러시아 합작 고속열차인데 러시아 국경을 넘어갈 때는 이제까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북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입국신고서를 써야 하고, 굳은 표정의 러시아 군인들의 까칠한 검문검색이 긴장감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쫄았는지 하여간 그 청년이 이제까지 모른척하던 우리에게

"저... 한국분들이시죠" 하며 아는 척을 해왔다.

우리들이야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입국신고서를 다 써놨는데 그걸 좀 컨닝하자는 거였다. 아마도 대충 써놨다가 러시아 군인들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려 만약을 위해서라도 자신도 한국 사람이란 걸 알려놓으려는 제스처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또 빵~터졌다.

이제껏 일본인 아니면 중국사람인 줄 알았잖아.

    

일본인과 중국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미 일본 사람들의 북유럽여행 유행은 일찌감치 지나갔고

여기도 중국사람들이 많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쩔 때는 '곰방와~' 하며 인사하고

어쩔 때는 '니하오~' 하는 등 아직 한국 인사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내년 여름 쯤에는 '안녕하세요~'하지 않을까?

올 여름에 그렇게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녀 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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