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Jan 02. 2018

특급 요양원

늦게 찾아온 소식

엄마가 치매 나라에서 하늘나라로 옮겨 가신지 6개월쯤 된 요즈음,

한동안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렸던 전화를 이제야 받게 되었다.

치매노인을 내 부모처럼 잘 섬기며 모신다고 소문난 노인요양원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시설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텃밭도 있어서 엄마를 꼭 모시고 싶었던 인데 자리가 낫다며 연락이 온 것이다.


엄마를 생각하면 중환자실 침상에 누워 계시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엄마를 내가 잘 보살펴 드렸다면,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지 않았을 테고, 그랬다면 휠체어 따윈 필요 없이 운동도 평소대로 잘 하셨을 거고, 그랬다면 폐렴에도 걸리지 않은 채 아직도 몸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 않았을까.

엄마를 보내드린 후에야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한 이런저런 죄책감으로 후회할 때가 많은 요즈음이다.

집에서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할 바엔 시설 좋은 요양원을 진작 찾아볼 걸, 엄마의 치매로 인한 행을 견디다 못해 요양원을 알아봤을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믿을만하다는 구립 요양원신청하려니 약 3년 정도나 기다려야 차례가 올 것 같다고 했다. 그제야 소위 시설 좋고 인기 있는 노인요양원은 입소가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고 여기저기 알아봐서 평이 좋은 사설 요양원 신청두었다. 엄마가 좋아하실만한, 숲이 우거져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수녀원에도 입소 신청해놓았는데 이렇게 시설 좋은 요양원들은 한결같이 2,3년은 기다려야 입소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마땅한 요양원을 찾지 못한 채 우리 집에서 지내셨는데, 밤에 화장실 가다가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 요양병원까지 가시게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어느 정도 재활치료가 끝나자, 집에서 가까운 노인요양원으로 모시면서 마음은 늘 불편했다.

이왕 집이 아닌, 요양원에 계실 거라면 예의 그 시설 좋고 요양보호사들도 친절하다는 곳에 모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그즈음에 얼마나 기다리면 우리 차례가 올는지 하도 전화 문의를 자주 했더니 다들 나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다 끝난 지금,

그 곳뿐 아니라 무조건 신청해두었던 수녀원에서도 연락이 오고, 자리 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는 건강보험공단 요양원에서도 줄줄이 연락이 왔다. 드디어 엄마에게도 차례가 왔노라고...

이런 특급 요양원은 3년 이상 걸릴 거라는 예상을 깨고 2년 만에 온 소식이다.

얼마나 아까운지 나라도 가서 자리 차지하고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었다.

실제로 자식들에게 만약 나중에 이 어미가 치매 같은 몹쓸 병에 걸리게 되면 일찌감치 이 요양원들을 알아봐서 보내달라고 말해두었다. 괜히 집에서 지지고 볶지 말고, 그게 바로 효도하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막상 내가 엄마 같은 처지가 되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오면 정말 의연하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그때쯤엔 지금보다 더 좋은 요양원들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하느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