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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안 사귀는데 손부터 잡나요?

난 유교걸인데… 사프터 후기

by 김루비 Mar 20. 2025

사프터.

사활을 걸었습니다.

어차피 2주가 연락 없이 붕 떴으므로,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회용 고급렌즈를 사고.

옷-원피스, 재킷, 꽃 브로치, 귀걸이, 구두, 스타킹에 최대한 평소의 저 아닌 샤랄라 스타일로 갔어요.

머리도 좀 말고 화장도 했고요.

원피스를 입으나 안 입으나 저는 저인데 최대한 꾸꾸, 청초한 물망울(?) 꽃 스타일로 나갔어요.

근 5년 만에 꾸밀려니 이게 맞는 건가 싶었는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집 앞에 있는 선남을 보러 갑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선남이 평소에는 저를 앞질러 가거든요.

근데 제 옆에서 멀쩡히 걷더라고요?

3주 전만 해도 같이 공원산책할 때 혼자 멀찍이 떨어져 가던 사람이었거든요.

오늘은 제 옆에서 딱 붙어서 걷더라고요.


더 놀란 건 평소 선남은 집에 들어가고 나서 한 삼일 지나고 연락이 와서 시간 되냐고 물었거든요.

오늘은 커피 마시면서 주말에 어디 가고 싶으냐고 자기랑 회 먹으러 가자고. 햄버거도 먹으러 가고. 서울도 놀러 가자고.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아니 너 외모에 약한 남자였니…??;; 바보야 어떻게 보이던지 난 나라고!





그리고 2차로는 간단히 술 마셨는데… 뭐 저만 마셨죠. 근 6개월 넘게 안 마시다 면접을 앞두고 기분이 좋아 마셨는데.. 맥주 세 모금에 취한 전 그만 제 속내를 드러내고 맙니다..

“음… 좀 더 타이트한 옷이 더 어울릴 거 같아요.”

“하의는 말고.. 상의만요.”

“집에 쫄티는 없어요?” 모두 제 입에서 술 한잔 걸치고 나온 말입니다.

선남은 살짝 웃더니, “쫄티 좋아하세요? “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바로, “네! 네!!”라고 성급이 대답했고.. 선남은 또 웃으며 “제 몸 괜찮은가 보네요. 지금은 살짝 배가 나와서, 운동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라고 하더군요. 맥주 한 잔에 전 또 “네! 네!!” 라며 필터링 없이 강한 긍정의 대답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창피… 하… 수치사.. 변태인걸 들켜버렸네요.


그래요!

나 몸 좋은 남자 좋아해요!! 이상형이라고요!! 쫄티에 가죽재킷 좋아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하… 제발 쫄티 입어줘… 여름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이 술집에서 저희는 꽤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선남이 제 칭찬을 했습니다. 안경 벗은 게 훨씬 훨씬 낫다고. 프로필 사진에도 올린 거 보고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네요. “제가 좀 표현이 없죠? “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자기 어떤 사람이냐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서… 좀 보기 드문 사람 같다. 전설의 포켓몬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운동은 왜 시작한 거냐고, 자기는 그 말에

엄청 놀랐다고 묻더라고요.

솔직히 대답했어요.

본인이 운동 하나쯤 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 해서 등록했어요라고.

물론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는데, 그 일이 도화선이 돼서 빠르게 등록한 거라고 했어요.


처음에 저랑 잘 안 맞는다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에게 엄청 맞춰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아니, 안 맞으면 만나지 말아야지…

근데 정말 싫은 건 아니고 호감이 있긴 있었으니까 이사도 도와주고 한 거였다고.




더 웃긴 건 집에 들어가는데 술도 안 마시고 무알콜 하이볼만 목을 축인 선남이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손 잡아도 돼요?”

저는 당황했습니다… 매우.

웬만한 남자의 플러팅에는 끄떡없다 생각했는데…

진짜 잘못 들었나 싶었어요.

“저번에 저희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신다 하셔서요.”

아니 이 사람아 육체적 거리 말고….

심리적 거리…

psychic distance…


“네???? 저번에 저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

대답 안 했는데 벌써 손을 잡더라고요;

아니… 연애 13년 동안 안 하셨다면서요? 전 안 사귀면 손 절대 안 잡거든요… 저 나름 보수적인 사람인데…

“어머! 진짜 나쁜 남자네요. 마음에 안 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선남은 그저 웃으며 저를 집 앞으로 데려다주었어요. 그리곤 “잘 자요! 이번 주에 봐요.”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더니 가더라고요.


제가 생각보다 잘 꾸미는 건지 -> 전혀 못 꾸밈

선남이 원피스를 좋아하는 건지, 태도가 너무 달라져서 놀랬습니다. 하.. 쫄티강요는 이불킥이네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역시 울 엄마 말은 시원함 최고! 면접은 경력자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최선을 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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