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억 ep.3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by 루스

'몸은 3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눈이 내리는 날이면 서로가 떠오르는'


떠나간 애인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말이지만, 나에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그런 분 이시다.


고등학교 3학년, 성인이 되기 전 가장 중요할 시기에 난 모범적인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는 반에서 딱 15등 정도, 카오스라는 게임에 빠져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까지 게임하느라 등교 이후 수업시간마다 꾸벅꾸벅 졸아 별명이 잠충이었다.

한 선생님은 나에게 "쟤는 수면대학교 잠충이학과"에 갈 거라고 하셨을 정도로.


야자를 째고 피시방이나 노래방을 서성였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엔 항상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꽉꽉 채워서 놀았던 전형적인 놀자파인 학생 말이다.


무언가 계기가 있었다곤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날 되게 예뻐하셨었고, 나도 내가 이쁨 받는다는 걸 느꼈었다.

무언가 책임감을 요하는 상황에서도 반장이 아닌 날 찾으셨고, 반에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챙겨달라는 부탁도 나에게 하셨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선생님께 감사함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고마움을 느낀 사람에게 꼭 보답을 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선생님께 가르침에 대한 감사함을 보답하는 방법으로 나는 '연락'을 택했다.

돌아보면 참 많이 연락을 드렸던 것 같다.

술 한잔하고 취해서 전화드리고...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친구 만나면 또 전화드리고... 명절 때 전화 드리고...


스스로 민망하게도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린 지는 십 년이 넘었지만,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주례 선생님으로 부탁을 드릴 것이다.


독자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긴 다소 어려운 글이지만, 나에게 보내주신 선생님의 장문의 문자를 평생 간직하고 싶어 오늘의 주제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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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ㅇㅇ이에게
잘 지내고 있지?

ㅇㅇ에 모처럼 겨울다운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데 ㅇㅇ이 생각이 나서 문자 보내본다
북어국은 맛을 봐야 시원함을 알 수 있고
겨울은 추워야 겨울다움을 알 수 있듯이

제자들이 생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ㅇㅇ이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야무지고 사회성도 좋고 친구들도 잘 챙기고 어디 하나 빠진 데가 없는 샘보다 훨씬 능력 있는 제자라는 것을 느낀다 ㅇㅇ이를 만난 것이 샘에게는 큰 축복인 것 같다

년말 무리하지 말고 건강 잘 챙기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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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국 참 좋아하는데, 먹을 때마다 선생님이 떠오르겠습니다,

올해는 꼭 인사드리러 갈게요",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평생의 은사님은 누구신가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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