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어지럼증 생활

-어지럼증과의 그나마 동거비결이랄까?

by 명백공주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빙빙 돌았다.

죽는건가 싶은 공포가 밀려들어오고 드러누운 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시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해서 벌벌 떨면서 손가락 하나 꼼짝도 못하고 그야말로 굳어서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겨우 손가락을 뻗어서 핸드폰을 찾아서 동생한테 전화를 했다.

10분쯤 후 동생이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왜 이러냐며 119를 불렀다고 했다.


KakaoTalk_20191012_143116102.jpg 고마운 119.

내가 겪은 어지럼증 발병기다. 어지럼증을 겪는 분들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이것이 일년에 최소 1번은 있었고, 119를 타고 주로 병원응급실 가서 링거를 하나 맞고는 조금은 덜 빙빙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 번은 아예 일어날 수가 없어 2주 넘게 입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10년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조금만 어지러우면 119를 불러 응급실로 직행했지만 지금은 오늘 약속을 취소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한다. 10년이 넘어가니 마치 전문가가 된 듯하지만 사실은 어지럼증을 그동안 겪으면서 어떻게 조화롭게 함께 갈 수 있느냐를 나 나름대로 터득했을 뿐이다.


이 어지럼증의 원인은 대부분 아다시피 귀쪽의 평형감각의 문제다. 한번 발생하면 재발이 대부분이고 생활하기가 되게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니 그동안은 생활하기도 곤란하고 처음 겪는 사람은 죽음의 공포도 겪는 병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완치가 없는 병이니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우울증까지 오기도 한다.

(그러나 뇌쪽 문제일 수도 있으니 필히 뇌씨티나 mri를 먼저 찍어보시길)


그래서 나만의 어지럼증 동거 비결을 털어놓고자한다.(완치가 아니니 극복이 안된다.ㅠ.ㅠ)

이건 오로지 내가 그동안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 어떤 정확한 실험데이터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그러니 나중에 엉뚱한 소리는 마시길.


1. 비상약을 항상 가져다닌다.


KakaoTalk_20191012_143115822.jpg 의사가 처방해줘서 싸게 살 수 있지만 일반의약품이라 약국에서 의사처방없이 살 수는 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비상약 B가있다. 어지럼증에 먹는 약이지만 실상은 멀미약이었다.

정말 심해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이 약을 복용하고 1시간 정도면 조금씩 어지럼증이 잦아든다.

그리고 2시간쯤 지나면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한다.

약효도 약효지만 언제든지 먹을 비상약이 있다는 안도감이나 약을 먹었으니 좋아질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먹자마자 슬슬 좋아지는 거 같기도 한다. (물론 먹자마자 좋아졌다면 그건 어지럼증 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난 지난 마카오여행 때 다른 약통이랑 착각해서 공항에 도착한 바람에 공황장애가 올 뻔했다.

같이간 여동생 가족들이 10년은 놀려먹을 이슈라고 내내 깐쭉댔다.(왜 하필 치질약이랑 바꿔서..ㅠ.ㅠ)

다행히 남동생이 약을 가져다줘서 기사회생했다.(물론 여행 다니는 동안 약은 비행기 탈 때만 먹었다)


그리고 자기 전에 뭔가 어지럼증의 전조가 보인다싶으면 예방적으로 먹어도 심한 어지럼증은 좀 예방이 되는 거 같다. 여태까지 잠오는 부작용(?)외에는 별 거 없었다. 그렇다고 의존은 금물이다.


이 약은 일반의약품이라 의사 처방없어도살 수 있다. 단지 약국에서 그냥 사면 비쌀 뿐이다.

게다가 파는 약국이 거의 없다. 나역시 아는 약사님께 주문해서 사거나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샘한테 처방받아 산다.

아무튼 이 약은 꼭 있어야한다.


2. 정신적인 요인도 많다.

어지럼증을 처음 겪고나면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서 불안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실제 어지럼증이 오지않았는데도 조금만 어지러운 거 같아도 어지럼증이 온 것으로 생각하고 겁먹기 쉽다. 나도 입원당시 그랬는데, 의사샘 말씀으로는 그래서 외국은 어지럼증을 정신과 치료와 같이 병행해서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비인후과나 신경과에서 본다.


그래서 진짜 어지럼증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는 어지러우면 누워서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돌려본다. 그 때 어지러우면 진짜고 그닥 큰 변화없음 심리적 요인이다.

심리적 요인이라도 비상약을 먹으면 안도감으로 인해 좋아진다.


3. 유전성격이 강하다.

난 4형제인데 한 명만 빼고는 다 어지럼증이 있다.

옛날 옛적 엄마가 한번 어지럽다고 병원 응급실 간 적이 있는데, 혈압이라고 병원에서는 그랬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어지럼증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 날 저녁에 엄마는 친구들이랑 놀러가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지럼증약을 한통 사서 가족들끼리 나눈다. 최근에는 사돈어르신까지 약 분배대열에 합류하셨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마 성격이 비슷해서이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다들 한예민하니까.

그러니 가족 중 어지럼증이 있으면 본인도 조심해야된다. 뭐 그렇다고 예방할 수 있는 건 또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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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후에는 카페인섭취를 삼가해라.

KakaoTalk_20191016_151326310.jpg 최근 최애커피인 아이슈페너. 저녁에도 못먹으니 슬프다...ㅠ.ㅠ


의사가 오전에만 커피 등 카페인을 섭취해라고 해서 나는 콧방귀를 꼈다. 여태까지 늦게까지 마셔도 상관없었는데 무슨 소리야..하고.

물론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 전에 커피마시고 17차 같은 카페인 음료 들이마시고 자봐라.

담날 어어지럼증 거의 온다. 나의 산 경험이다.

그러니 카페인이 든 커피니 녹차니 17차니 하는 차는 저녁부터는 마시지않는 게 좋다.


5. 소용돌이를 기억하고 화장실을 제일 먼저 가라

아침에 일어나니 어지럼증이 느껴진다면 어떻게든 일어나서 화장실부터 가라.

놀래서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뒤척이다가 더 심해질 수도 있는데, 이러면 앉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서 그야말로 누워서 대소변 받아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경험자..사랑한다, 내 자신. 더럽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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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심한 경우라도 소용돌이를 생각해야된다. 어지럼증이 마냥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세 를 바꾸면 소용돌이처럼 돌다가 빙빙거리며 사그라든다. 그러니 자세를 바꾸고 극심한 어지럼증이 오더라도 좀만 참으면 어지럼증의 소용돌이가 조금씩 잦아든다.

무조건 화장실부터 가서 뭐든 보고나와야 된다.


6. 일어나서 걸어라

어지럼증이 오면 일어나기도 힘들고 일어나더라도 걸으라치면 휘청거리게 되서 겁이 나서 도로 눕게 된다.

물론 일어나서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심한 경우는 하루이틀 누워있어라. 그러나 심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다면 일어나서 걸어다녀라. 그러면 평형감각이 제자리를 잡아가는지 증상이 완화된다. (물론 비상약 먹고)

계속 머리는 무겁고 아플 수는 있는데 어지럼증은 막 일어났을 때보다는 나아진다.


7. 자세변환에 신중해라.

자다다 심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지마라.

고개를 뒤로 잘못 젖히면 어지럼증이 나는 거의 7,80%온다. 잠을 잘 때도 좀 높은 베게를 써야된다. 낮아서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 순간적으로 확 어지럼증이 오는 수가 있다.

어지럼증은 꼭 아침에만 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중에 언제든지 수시로 올 수 있으니 머리를 갑자기 홱 돌리거나 뒤로 홱 젖히거나 하는 건 되도록 삼가야한다.

잘못하면 대낮에 119에 실려갈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난 의사도 아니고 어지럼증 만성환자로서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맘일 뿐 다른 건 없다.

어느 샘한테 듣기로 심한 사람은 귀의 평형감각을 없애는 수술을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는데, 뭐든 어지럼증 올까 전전긍긍안하고 걱정없이 맘껏 고개 좀 젖히고 뒤척거리면서 자고 싶다.

이거 완치되게 좀 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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