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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하루 Feb 19. 2018

육지것의 제주정착기 그리고 건축

이 넓은 제주도 우리 땅은 어디에



4년 전 여름,

2014년 여름에 우리는 제주에 덜컥 땅을 사기로 했다.

신혼부부 대출로 받은 6000만원짜리 전셋집,  얼마 전 할부가 끝난 소형차 1대
이 것이 우리 부부의 전재산.

그야말로 빈털터리.

온전히 우리의 삶을 살며 독립을 희망했기에 결혼식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식을 올리고, 이제껏 키워주셨으니 축의금이니 부조니 결혼식에서 생기는 돈은 모두 부모님께 다 드리고 출발했었다.

그리고 우리 앞가림은 우리가 하자하며 매 달 버는 월급으로 생활비, 세금을 내며 하루하루 살던 우리.


그런 우리가 땅을 사기에는 우리 수중에는 돈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땅을 사야 해 여보, 땅을 사놓지 않으면 우리 꿈은 영원히 꿈이 될 거야."

힘들게 이주를 결정하고, 멀리 가거 사서 고생한다며 반대하시는 양가 부모님을 어떻게 해서든 설득하던 우리. 아무래도 이때에 부모님을 설득할 때에도 우리가 집안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는 것들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내는 제주에 우리가 언제든 갈 수 있게 비빌 언덕을 만들고 싶었다. 

그에 반해 나는


"우리가 돈이 있어야 땅을 사지. 우리가 여기서 2년 정도 더 일해서 그때 돈을 모으면 땅을 사자."


인터넷에 있는 '제주이주', '제주살이' 하는 분들은 
우리보다 나이가 훌쩍 많으셔서 경제력이 있어 퇴직 후 전원생활을 준비하거나
돈이 어느 정도 있거나
육지에서 하던 일을 제주에서 계속 이어 할 수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미 부모님이나 자신이 제주에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우리처럼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찾기 어려웠다.

수많은 이야기와 의논 끝에
"그럼 우리가 살 수 있는 땅을 알아보자."


땅을 살 때 부족한 돈은 부모님께 돈을 빌리기로 하고, 
땅을 구입하면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가장 우선적으로 돌려드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한 돈에 맞추어
'제주 오일장, 제주 교차로' 사이트에서
밤낮없이 땅을 찾기 시작했다.



예산에 맞는 땅을 찾고 리스트를 만들고
우리는 바로 그 주 일요일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무턱대고 제주에 왔다.

"우리가 찾은 땅 10개 중에 우리 땅 하나는 있을 거야, 
우리는 시간도 없고 돈도 없으니까 하루 만에 땅을 찾자."

무모하고 대책 없던 우리들의 생각.

대게 제주에서 토지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3개월, 제주에 10번 정도 와야 땅을 살 수 있다는 블로그 글들을 보며
우리에겐 시간도 돈도 없기에 하루 만에 땅을 찾아보자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아침 9시에 도착해 오후 5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는
집에서 싸온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제주의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을 다녔다.

무성한 수풀 속에서 측량점을 찾기 위해 다리에 생채기가  나기도 하고
입구도 없는 좁은 골목길 사이에 있는 집을 지을 수 없는 땅도 만나고
부동산 중개업자와 연락이 안 되어 난감하기도 했던.

여행이 아닌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한 시간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올 때 즈음 허덕허덕 하면 들어선 서쪽의 한 마을, 아직 제주 난개발의 때가 묻지 않아 우리가 원했던 그런 모습이었다. 
집들이 사이좋게 너무 붙지도 너무 떨어지지도 않게 옹기종기 모여있어

무언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기 숲 같은 곳이 땅이라고?"
"그 옆에 잘 닦여진 땅이었으면 했는데."
"저 땅은 아마 아주 비싸겠지? 그 옆에 땅이야. 근데 이 마을 진짜 아늑하고 좋다. 마음이 편안해져"

우리의 리스트에 있는 마지막 남은  1곳을 가지 않고 그곳을 사기로 덜컥 결심했다.

그렇게 만난 제주 서쪽 마을 두모리
앞으로 우리의 보금자리가 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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