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류귀종(萬流歸宗)

물줄기는 하나의 근원으로

by 루달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1987년,

정수라 '아 대한민국' 거리마다 희망 위에 흘렀고,

우리 삼 남매는 늘 베개 싸움으로 절망 위에 흘렀다.





오빠와 동생은 B형, 엄마는 A형이었다.
나는 혼자 O형이었다.

우리는 한 지붕 아래 살았지만, 같은 종족은 아니었다.


밥상부터 갈라졌다.


오빠는 멸치 잠수한 감잣국.

마치 절에서 속세에 잠깐 내려온 식단.

비리면 아니 돼요. 매우면 아니 돼요.

육식은 출입 금지요. 거의 명상수행이다.

작까작.


나는 돼지고기, 참치 낙하된 김치찌개.

육해공이랑 전투하듯 씹는다.

감정은 양념이 아니었고,
끼니 앞에서는 사치였다.

와구와구.


동생은

심청이가 울고 갈 인당수 맹물에

무청 시래깃국.

사연만 깊고 진한 맛, 한을 씹는 표정이다.

짭짭.


옷은 더 확실했다.


오빠는 단정한 매트릭스 요원.

금방이라도 천국 탑승할 화이트 컬러이다.

먼지도 도망갈 결백.


나는 요단강 건너기 전 환전소 패션.

이승 옷인지 저승 옷인지 불분명하다.

환전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지구에 체류 중이다.



동생은 시금치 색.

송충이가 달라붙어도 모르는 매생이죽 색.

그냥 그렇게 입고 다녔다.


가방을 열면 철학이 보였다.


오빠 가방엔 손수건 반듯.

노트도 다림질 완료.

.


내 가방은 마구잡이 인형 뽑기 식.

손 넣을 때마다 운빨로 건진다.

와르르


동생 가방은 요요, 파란 구슬, 만화 딱지.

본인 세계에선 만물상 대기업이다.

찰랑찰랑


양말은 더 명확했다.


오빠는 단군의 자손 단정 흰색.

핏줄까지 깔끔했다.


나는 오랑캐족 오색무지개.

좌우 민족 다를 때도 있다.


동생은 배달의 민족 국방색.

친구들이 부르면 즉시 출동 가능했다.



거실 전축은

난청 연구 실험실이었다.


동생은 헤비메탈

스피커 성질 긁고

귀가 먼저 망명 신청할 판이다.


오빠는 외국 성악곡.

유럽식 뱀파이어가

소풍 나오듯 깔아놓았다.


나는 CCM음악.

마늘 대용.

흡혈 방지 부적으로 듣는다.


TV 채널도 각자 노선이었다.


오빠는 AFKN, 주말의 명화.

집이 갑자기 미군 부대 겸 예술영화관.

팝콘도 없고, 영어 자막만 불친절했다.


나는 애국가 방송.

틀어놓고 안 보고 잔다.

동해물 백두산이 아마존강 히말라야 찍을 때까지.


동생은 야구.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건 취향이 아니라 의식이었다.



노래는 더 극단적이었다.


오빠는 노래하는 걸 본 적 없다.

노래는 증거불충분 표정이었고,

귀만 현장검증에 끌려 나왔다.

노래라기엔 사건에 가까웠다.


나는 허밍부터 몽골 전통 음악 '흐미'.

혀를 말아 두 가지 소리 내며,

장르는 혼자서 완결 났고 관객은 탈출했다.

동생은
고음이랑 씨름하며
“쉬즈 곤—!”
노래가 아니라 성대 투쟁이다.



우리 삼 남매는
체질부터 달랐다.

오빠는 쥐띠 1월생.
한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공부할 때 팔토시 기본 장착했다.
비염과 추위랑 친했다.
몸이 아니라 기후대가 달랐다.

나는 범띠 7월생.

뜨거웠고,

피부 묘기증 알레르기까지 있다.
한겨울에 시원한 벽에 발 붙이고 자고,

마루 커튼을 두르며 열기를 식혔다.



동생은 용띠 12월생.
원래는 몸이 찼었다.

엄마 말씀으로는,
다섯 살 때 을 먹였더니
그 뒤로
온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티라노수 우르스,
그 용의 구입처가 제일 궁금하다.



그러나

우리 삼 남매가 하나로 통일 될 때도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포츠 앞에서는
취향·체온·세계관 전부 휴전.
삼 남매 임시 통일 정부가 수립됐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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