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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03. 2023

동그라미

지금 생각하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겉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다. 뾰족한 마음은 날을 세우기 바빴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살아갔다. 너무 참은 탓일까? 어느새 화산이 폭발하듯 뜨거워졌고 내 안에 있던 아프고 슬픈 모든 게 터져버렸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말이 상처가 되었다. 나에게 화살을 겨냥한 듯 말 한마디에도 욱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나아질 수 있었던 건 병원에 다니면서부터였다. 우울증인지 알았던 병명은 조울증이었다. 많은 증상이 조울증이란 병에 딱 들어맞았다. 약 복용과 상담을 하면서 점차 차분해졌다. 그렇다면 모든 치료가 약으로 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힘든 시기에 글을 만나 글쓰기도 병행했다. 그 두 가지가 없었다면 여전히 가시를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의 난 꽤 동그란 사람이 되었다. 모났던 부분을 두 가지가 둥글게 변할 수 있게 다듬어 주었다고 믿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약도 글도 평생 함께해야 한다. 약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글은 내 의지이다. 그렇다고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게 불만은 아니다. 그저 감사할 뿐. 동그랗게 살아가는 이 삶이 참 좋다. 뾰족한 마음이 아파지는 날이 다시 오더라도 지금의 감정을 잊지 않아야겠다.


Image by Alex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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