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겉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다. 뾰족한 마음은 날을 세우기 바빴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살아갔다. 너무 참은 탓일까? 어느새 화산이 폭발하듯 뜨거워졌고 내 안에 있던 아프고 슬픈 모든 게 터져버렸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말이 상처가 되었다. 나에게 화살을 겨냥한 듯 말 한마디에도 욱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나아질 수 있었던 건 병원에 다니면서부터였다. 우울증인지 알았던 병명은 조울증이었다. 많은 증상이 조울증이란 병에 딱 들어맞았다. 약 복용과 상담을 하면서 점차 차분해졌다. 그렇다면 모든 치료가 약으로 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힘든 시기에 글을 만나 글쓰기도 병행했다. 그 두 가지가 없었다면 여전히 가시를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의 난 꽤 동그란 사람이 되었다. 모났던 부분을 두 가지가 둥글게 변할 수 있게 다듬어 주었다고 믿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약도 글도 평생 함께해야 한다. 약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글은 내 의지이다. 그렇다고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게 불만은 아니다. 그저 감사할 뿐. 동그랗게 살아가는 이 삶이 참 좋다. 뾰족한 마음이 아파지는 날이 다시 오더라도 지금의 감정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