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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05. 2023

밑줄 긋지 않을 문장은 없다

필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독서법에 관해 강의를 듣곤 했는데 강의해서 밑줄을 긋고 책에 메모하면서 읽는 독서 법을 소개했다. 책은 무조건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듣자마자 놀랐다. 좋은 독서법인지 여러 책에서 접하게 되었지만 나는 도저히 하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묵혀두었던 인상 깊었던 책을 두 번째로 펼쳐 든 나의 손엔 형광펜이 쥐어져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좋은 부분은 모두 줄을 긋자!’ 읽는 내내 중요한 부분에 줄을 긋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이 부분들이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이들이 이 책을 읽어도 같은 부분에 줄을 칠까? 그건 아니다.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밑줄 긋지 않을 문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하지 않은 문장은 없다.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우리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특별하지 않은 인생, 하루는 없다. 매 순간이 중요하고 소중하다. 각자에게 다르게 젖어 드는 아름다운 수채화 물감처럼. 24시간 중 1분 1초라도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썩 괜찮은 하루이지 않을까. 

 

당신의 하루, 인생에서 밑줄 긋지 않을 부분은 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귀하다. 특별할 일 없는 하루가 지루하고 무료하다고 생각했다면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보아도 좋겠다. 당신의 오늘 하루가 아름다운 수채화 물감이 젖어 든 도화지 같은 하루였길 바라며. 



Image by Quidec Pacheco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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