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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12. 2023

공감 능력을 향상해 준 글쓰기

어릴 때의 난 차분하고 조용했어도 눈물이 참 많은 아이였다. 어떤 대상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매일 울었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국어 시간에 시를 읽다가도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을 정도였으니 스스로 감수성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나서 좀 달라졌다. 세상을 너무 차갑게 보게 된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하면 도대체 어느 부분이 슬프고 힘들다는 건지 모르겠고 모든 부분에서 내 위주로 생각하는 성향을 보였다. 한마디로 ‘공감’을 못했다. 그러던 중 첫 병원에서 경계선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아! 내가 그래서 이런 상태인가?’ 생각했다. 마음이 항상 덤덤했다. 세상이, 사람이 슬프지도 않고 애처롭지도 않으며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대상처럼 느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도 그랬다. 소식을 전해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직도 아버지의 부재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 걸 보니 내가 생각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내가 요즘 다시 글을 쓰면서 달라지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사람들과 소통함에 있어서도 날카롭게 나 위주로 생각했던 생각들이 이젠 타인을 향하고 있다.

 

어제 읽은 책 프롤로그에 나온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사랑이 없는 자는 글로 쓸 것도 없다. 우리가 쓴 글의 대부분은 모두 사랑에서 나온다. 사랑이 없는 삶,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인생, 그것은 불이 꺼지면 모두 돌아가는 허무한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사랑할 것들을 찾거나 치열하게 만나야 한다. 쓰는 자에게는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사랑이 없는 자는 글로 쓸 것이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사랑은 곧 관심이며 애정, 그리고 공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사랑할 수 있는 하루를 만끽해야겠다.




Image by congerdesig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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