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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달리 Jul 07. 2022

<아이> 아빠 도서에 딸이 쓴 추천사

실리지 못한 추천사이지만 의미있는 이야기


1부 <남편> 유대인 교육법을 쓰다. (brunch.co.kr)


책 출간을 기대하면서 우리는 큰 아이의 추천사를 준비하였다.

출판사에서는 딸 아이가 유명인도 아니고..~~ 기억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거절했지만...

이 추천사야 말로 우리 가정에게 가장 의미있는 추천사이기에

또 우리처럼 자녀 입시와 학업 문제, 양육 문제로 아파하는 가정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


우리 아이는 날마다 성장하며 

마음이 단단하고

체력이 건강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자신이 배우고 노력한 것으로 후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오늘도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도서에 실리지 못한 딸 아이의 추천사>


  처음 추천사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나였다. 자녀 교육이라는 주제의 책에 교육을 직접적으로 받은 내가 추천사를 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장난스럽게 꺼낸 말에 추천사를 쓰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막상 우리 아빠의 글을 추천하는 글을 내가 쓴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 걱정이 앞섰다.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거창한 글 보다는 내가 옆에서 보면서 느낀 것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이 방법이 무조건 정답이다 보다는 우리집에 어떤 일이 있었고 아빠가 이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딸의 입장에서 바라본 글 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아빠가 유대인 교육, 즉 자녀 교육을 주제로 책을 쓴다고 하였을 때 나는 정말로 기뻐했다. 아빠가 교육에 관한 고민을 얼마나 많이 하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아빠는 좋은 아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였다. 대한민국에 입시에 맞춰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교육이라 생각하셨고 집에서는 매일 나의 학업을 주제로 부모님께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아빠가 변화되기 시작한 건 내가 4학년이였을 때였다. ‘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빠는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 전에는 나를 다그치고 화만 내던 아빠가 어느새 나를 기다려주고 내 학업보다 나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정말 행복했다. 아버지 학교가 끝난 이후 아빠는 다시 예전처럼 엄하기만 한 아버지가 될 때도 있지만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하셨다.



  하지만 그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고 어느새 우리 집은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가 풍겼다. 잔소리하는 아빠와 학습에 흥미가 없는 딸은 계속해서 서로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만 되풀이했고 가끔은 아빠가 너무 미울 때도 있었다. 아빠는 나보다 나의 성적에만 더 관심이 있고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나보다 내가 오늘 얼마나 공부했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나를 나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에 혼자서 앓는 마음의 병만 깊어졌다. 아빠가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을 때도 속으로 삐딱하게 아빠가 힘들어도 나만큼 힘들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빠의 기대치였다.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만큼 나도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웠고 아빠도 나를 많이 답답해하는 것이 나중에는 강박으로 다가왔다. 스스로의 실수가 무서워해 새로운 도전을 피하면 또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아빠가 나에게 그 당시 아빠가 느꼈던 아빠의 서운함과 미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오랜만에 아빠와 하는 대화였던 것 같다. 매번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 날에는 서툴게 서로의 말을 들어주려 노력했다. 그 날 이후 우리집이 바로 바뀌지는 않았다. 어느 날은 예전과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은 날도 있었고 아빠가 나를 부르는게 유독 짜증이 났던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집에 유대인 교육이 들어오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빠가 계속해서 나에게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내가 그 신호를 받아들였을 때였다. 아빠가 나에게 화를 내더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노력을 해 주었을 때 나도 다시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아빠는 이 기간동안 교육에 관한 여러 서적들을 읽고 부모 교육 세미나도 들으면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리고 아빠가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을 삶에서 실천하고자 하셨다.



  아빠와 나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아빠와 나의 관계 또한 자연스레 좋아졌다. 아빠와 처음에 한 대화들도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역사와 책에 관심이 있는 나는 아빠와 역사, 철학, 정치 등의 분야에서 서로의 의견을 서로 가볍게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서로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서로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아빠와 내가 어떻게 배려를 해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대화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져갔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힘들거나 속상한 일도 가족들에게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 다른 점이 있더라고 그 부분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주는 대화가 계속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아빠와 내가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빠가 마음을 표현하면서부터였다. 아빠가 나에게 아빠의 마음을 표현주지 않았다면 나 또한 절대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없었을 것이다. 좋은 엄마, 혹은 아빠가 되는 방법은 가정마다 다르다. 우리 집은 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대화로 가정안에서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처럼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갈데도 있지만 그런 횟수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전처럼 삭히는 것이 아닌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 안에서 가정에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열쇠를 찾았으면 한다.


- 2021. 중3 가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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