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에 지도를 그리다
서문시장은 여행책에 실리는 명소는 아니다. 하지만 그날, 그곳은 우리 가족에게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교실이 되었다. 처갓집이 있는 대구에는 매콤한 찜갈비의 유혹과 동성로의 젊은 활기, 그리고 영남권 최대의 만물상인 서문시장이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 사이로 넉넉한 인심이 파도처럼 오가는 곳. 장을 보는 재미만큼이나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밴 공간이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명절, 우리는 크록스 신발에 끼울 ‘지비츠’를 사기 위해 액세서리 상가를 찾았다. 알록달록한 장식들이 시선을 어지럽히던 북적이는 골목에서, 사건은 소리 없이 일어났다. 주인의 눈길이 잠시 비켜간 틈을 타, 아이가 무당벌레 모양의 작은 장식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온 것이다. 주인이 많은 손님들로 정신이 팔려 매대에 진열된 물건을 일일이 살필 수 없었고, 아이는 자신이 산 물건 외에도 장식 하나를 더 주머니에 넣고 온 것이었다.
스쿨폴리스로 근무하며 나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아왔다. 한번은 SNS에 고급 오토바이 사진을 올려 또래 아이들을 유혹한 사건이 있었다. “상태 최상, 그냥 빌려 타라”는 말에 속아 오토바이를 탔던 아이들은, 곧 협박의 대상이 되었다. 이미 고장 난 기계의 수리비를 물어내라며 부모에게까지 연락이 갔다. 잠복 끝에 현장에서 아이들을 붙잡았을 때, 도망치다 넘어뜨려진 아이는 울부짖으며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히 달려온 부모는 상황을 묻지도 않은 채 아이 편부터 들었다.
“누가 우리 애를 이렇게 만들었냐”며 고성을 지르던 그 부모의 모습에서, 나는 확신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배울 기회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구나. 그 기억이, 서문시장 골목에서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다음 날, 나는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다시 서문시장을 찾았다. 어제 그 가게 앞에서, 수많은 인파 속에 서서 나는 주인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어제 아이가 물건을 그냥 가져갔습니다. 부모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책임입니다.”
싸고 흔한 물건이라며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 주인 앞에서, 내가 거듭 허리를 굽힌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이가 배워야 할 정의는 경찰서의 철창이나 훈계의 언어가 아니라, 타인의 정직한 땀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굽은 등 너머로, 아이의 참회 섞인 울음소리가 시장 골목에 울려 퍼졌다.천 원도 안 되는 작은 소품이었지만, 그날 우리가 치른 값은 그 어떤 벌금보다 무거웠고, 그 어떤 판결보다 준엄했다. 시장을 빠져나오는 길, 아이의 빈 주머니는 비로소 ‘정직’이라는 가치로 채워져 있었다. 서문시장의 뜨거운 칼제비 국물보다 더 진한 눈물이 아이의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 나는 깨달았다. 순간 나는 경찰관이 아니라, 아이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어른이었다.
부모에게 남기는 말
아이에게 잘못을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