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닮길 바랬는데, 나랑 똑같다

엄마 닮았어? 아빠 닮았어?

by 어디가꼬

엄마 세끼야? 아빠 세끼야?

어릴 적부터 자주 했던 질문이다.

나: 아빠 세끼지?

아들: 아니 엄마아빠 세낀데

하지만 아들도 흔들릴 때가 있다. 무척 갖고 싶은 선물을 사주거나, 하고 싶은 걸 해주면 가끔씩

엄마가 들리지 않게 조용히 귓속말로 "아빠세끼"라고 말해주곤 한다.

엄마세끼든 아빠세끼든 상관없다고 했지만, 괜스레 엄마세끼라고 하면 기분이 상했을 법도 한데 그럴 때마다 아들은 늘 엄마아빠 세끼라도 말해주곤 했다.

어디서 교육을 따로 받는 걸까? 참 현명한 놈이다.


엄마 닮았어? 아빠 닮았어?

두 번째로 많이 하는 질문이 엄마 닮았어? 아빠 닮았어?

사실 장점이 많은 엄마를 더 많이 닮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가족 분만실에서 아들을 처음 보는 순간 깨졌다. 피부색깔하며 눈, 코, 입이 나랑 똑같다. 유전자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장인어른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내의 이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75세인 장인어른은 지금까지 충치 하나 없는 완벽한 이빨의 소유자다. 평소 이빨을 잘 닦지도 않는데 말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기검진을 제외하면 치과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치과만 보면 불편한 치료과정이 떠올라 괜히 위축되는 현상을 알리가 없다. 검진차 처음 치과에 들린 장인어른에게 치과의사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선생님 같은 분만 있으면 치과의사들 다 굶어 죽겠어요"


'이빨'만은 엄마 닮자

아내는 외모뿐 아니라 성격과 이빨까지 장인어른을 쏙 빼 닮았다. 그래서 내심 아들도 이빨 하나만큼은 장인어른과 엄마를 꼭 닮기를 희망했다.


아들이 처음 이빨 뽑던 날, 아래 이빨이 자꾸 흔들린단다. 또래 아이들은 진작에 이빨이 빠졌단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좀 늦은 편이구나 했다. 혹시 아내를 닮은 건가 하며 기대했다

내가 만져서 흔들어 보니 정말 많이 흔들렸다. 옛날 같으면 이빨을 실로 묶어서 움켜쥐고 아이의 주위를 딴 데로 돌려 이마를 때리며 실을 잡아당겨 뽑았을 텐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그냥 치과에 가서 뽑는다. 아들에게 더 고생하지 말고 치과에 가서 이를 뽑자니 좋단다.

아내의 말로는 처음 이빨을 뽑은 날, 울지도 않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의사와 간호사가 시키는 데로 잘 뽑고 왔다고 했다.


그런 후 며칠 뒤, 다른 쪽 이빨이 또 심하게 흔들린다, 다시 찾은 치과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아들 이빨에 '충치'가 있다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아서 인근에 다른 치과를 찾았는데 이번엔 충치가 3개나 된단다.

그렇게 간절히 바랐건만 벌써 충치라니, 아들은 이빨까지 나를 닮은 모양이다


'운동신경'은 아빠 안 닮았네

어릴 적부터 바깥활동을 즐겼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제대로운동을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모든 운동을 평균이상으로 곧잘 했던 것 같다. 나와 외모에 이빨까지 꼭 닮은 아들은 운동은 잘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방에다가 처음 설치해준 장난감 미끄럼틀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억지로 데리고 가서 앉혀도 소용이 없다. 아이가 조심성이 있어서 그렇구나 싶었다.

좀 자라서 또래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킥보드를 사줬다. 몇 번 만져보고는 쳐다도 안 본다. 다들 그렇겠지 생각했지만, 아들보다 어린 동생들이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는 모습을 근처 놀이터나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전거는 다르겠지 싶어서 큰맘 먹고 주문했다. 아들이 좋아하길래 함께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 안장에 앉더니 바꾸기를 뒤로 돌려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질 않았다.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가긴 했지만 그 후로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운동신경은 엄마를 닮았다.

엄마아빠의 장점만 골라서 닮으면 참 좋으련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빠랑 똑같이 생긴 아들이, 엄마도 닮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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