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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28. 2022

캐나다로 갈까?

아버지의 유산

직장생활은 늘 갈증이 난다

20대 이른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25년을 넘게 쉼 없이 달려왔다.

때로는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았지만, 지금에 난 내가 만족할 만한 자리에 있지 않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 느낌, 드라마 중 유명한 명대사가 떠오른다.

"누가 가져갔어, 내 사명감?"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큰 보람을 얻지 못하고 그냥 자기만족으로 일하고 있다.


최일선 현장, 늘 긴장감이 맴도는 곳, 야간엔 주취자들과의 전쟁이고,

사회적으로 불만이나 소외된 사람들과의 마찰로 감정이 소모된다.

나의 감정은 점점 메말라갔다. 그 메마른 감정을 여행을 통해 순환하곤 했다.

여행은 지금에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 그러나 늘 갈증이 난다.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다.

내속엔 그런 설렘이 늘 꿈틀거렸지만, 현실과의 벽에 부딪쳐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아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자

하루는 나와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단체에 참여하신 분과 자녀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나에게 자녀와 외국 유학을 권유한다. 알고 보니 그분은 유학원을 운영하는 분이었다.

"경관님 아이가 하나죠? 아이 어릴 때 짧게 라도 가족동반으로 유학 한 번 다녀오세요, 큰 재산은 못 물려줘도, 아이가 스스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줘도,  살아가면서 큰 재산이 될 거예요, 제아이도 그렇게 키웠고, 그렇게 성장해서 잘된 아이들 많이 봤어요"

그렇다 아이에겐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고,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시간과 여행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목마름에 지친 나에게도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줄을 있겠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을 꾸는 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어느 나라로 갈까? 언제 갈까? 얼마나 갈까? 얼마나 들까?

늘 상상하며 힘든 현실을 버텨내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

수많은 나라 중에 어느 나라를 갈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 살기 좋은 곳, 여행하기 좋은 곳 등 여러 가지 고려할 것들이 많지만, 첫 번째는 유학휴직이 가능해야 했다. 공무원은 유학휴직이 아니면 일반 휴직이 불가능하다. 유학? 이 나이에? 영어도 잘 못하는데?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 우선 가족동반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는 캐나다, 영국, 호주, 필리핀 등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유학휴직이 가능한 곳은 캐나다와 필리핀이 있었다.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유학휴직도 가능해야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나 치안, 교육여건 등이 잘 갖춰진 선진국이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여행하기 좋은 곳이면 금상첨화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다 캐나다가 좋을 것 같은 생각을 했다.


캐나다는 부모가 유학휴직을 하면 자녀 공교육이 무료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양육비나 생활비도 지원될 만큼 이민자들에게 관대했다.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커다란 땅덩어리와 광활한 자연도 충분히 탐나는 여행지지만, 미국과도 인접해 있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어디가 좋을까?

캐나다도 선택지가 다양하다. 유학휴직과 자녀무상교육이 가능한가? 경제적 여건은? 주거여건은?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밴쿠버나 토론토 같은 대도시는 교육환경과 주거여건은 좋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너무 시골의 소도시는 생활여건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당에서 적응해낼 자신이 없다. 이래저래 따져보니 몇 군데로 추려진다.


언제 갈까?

유학의 적기에 대해 학자들과 교수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나에게 유학을 권유했던 유학원장은 초등학교 4~5학년쯤을 추천했다. 저학년은 적응하기 너무 힘들고, 고학년은 중학교 입학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도 아들이 너무 어리면 가족과의 함께 했던 추억 기억하지 못할 것 같고,  고학년이면 중학교 진학에 오히려 장해가 될 것 같아, 초등학교 4, 5학년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고려한 건 양쪽 부모님들의 건강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님은 자꾸 아프다. 비교적 건강한 장인 장모님에 비해, 홀로 계신 어머니가 자꾸 아프셔서 걱정이다. 2년 전에는 미니 뇌경색 진단을 받으셔서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를 하셔야 한다.

그래서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과연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상상만으로 미소 짓게 한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꿈이라도 꾸자 


얼마나 갈까?  

3개월? 6개월? 1년? 2년? 주변 의견도 다양하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최소한 2년은 가야 된다는 의견과, 1년 정도면 적당하다는 의견으로 추려진다. 영어를 완전히 마스터해서 온다기보단, 1년이면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와 공부방향을 잡기에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가족끼리의 추억도 1년이면 충분한 시간이고, 다시 돌아왔을 때 한국에서의 적응을 생각할 때에도 적합하니 기간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들까?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했다. 3명의 가족이 일하지 않고, 1년간 공부하며 여행을 다니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대략적으로 추측하기 힘들다. 먼저 유학을 떠난 사람들과 sns로 소통하며 질문도 하고 카페에도 가입했다. 수많은 질문에도 정확한 액수를 산정하기 어렵다. 매달 받는 봉급에서 아파트 관리비 등 숨만 쉬면 빠져나가는 기본적인 경비에서 교육비, 항공료, 비자, 유학원 등 준비비용과  주택, 차량, 통신, 식비 등 생활비, 거기에다 여행경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없다. 1억 원 정도면 가능할까?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넉넉하게 준비해야 하겠지만, 저질러 보기 전까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과연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계속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경제적으로 다른 변수는 없을까? 부모님 건강은 괜찮을까? 가더라도 현지 적응은 잘할 수 있을까? 가끔씩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다투기도 한다. 아내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다. 우선 성격이 느긋하다, 좋게 말하며 차분하고 나쁘게 말하면 별 욕심이 없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기보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며 살아간다, 그렇다 보니 멀리 앞을 내다볼 여유가 없다.

계획을 짜서 움직이면 곧잘 따라나서지만, 도중에 겪는 어려움은 오로지 혼자만의 몫이다.

그러니 성격 급한 나는 혼자 애다 탄다. 먼저 떠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갈 수 있을까?


꼭 캐나다로 출발한다는 글을 다시 한번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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