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철인 3종 경기를~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by 어디가꼬

나는 IBS 출신이다

자세한 것은 국가기밀이라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내가 근무한 부대는 해병대 중에서도 IBS대대 혹은 기습특공대라 불렸다. IBS(공식명칭 inflatab boat small) 대대는 야간에 기습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로 중요한 지형지물 파괴가 주목적이고 상륙기습작전 및 도하작전 시 은밀 침투, 고속접안, 해상정찰, 인원 수송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IBS훈련도 먼저 기본적인 체력 훈련이 바탕이 되는데 모든 기초 훈련은 장교와 병사 구분 없이 오로지 교번만 부착하고 실시하고 보통 3주 이상 계속된다. 기초 훈련을 마치면 휘장패용증을 받고 이후에 실전에서 사용할 숙지 훈련에 들어가게 된다.


모든 기초훈련의 절반이상은 PT가 차지하는데, 도태되는 병사는 개별적으로 체력단련 과외를 받기도 하고 시궁창 생태계 탐험 등에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체력훈련을 다지면 바로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해드캐링(머리에 보트를 얹어서 이동)으로 보트를 이동하는 훈련이 시작된다. 보통은 부대에서 훈련장까지 해드캐링을 하지만 훈련 시에는 산으로 가기도 한다.


IBS훈련에서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무보트는 특수부대용 K-1으로 무게가 약 100KG 정도 나가는데, 이 보트는 보통 7명이 머리에 이고 간다. 키순 서데로 앞에서부터 2명씩 그리고 맨뒤에는 3명의 병사가 해드캐링을 한다. 갈 때도 발이 안 맞으면 머리에서 100KG이 통통 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목 부상의 위험이 있을 정도로 위험한 훈련이다. 나는 지금도 내 목이 굵어지고,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은 게 IBS훈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수영을 배웠다.

군입대 후 첫여름이 다가왔다. 여름이 다가오자 부대는 전투수영 훈련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IBS대대는 전투수영이 필수다. 그래서 여름 내내 바닷가에서 천막을치고 4주 내내 전투수영 훈련을 했다.

나는 군에 가기 전 수영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할 줄도 몰랐다, 그래서 해병대에 가면 수영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첫 훈련은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 포항 도구 앞바다의 방파제로 향한다. 해녀들의 휴식 도구이자 채집한 물건을 담는 자루역할을 하는 테왁망사리 같은 것을 허리에 매고, 무작정 바다로 뛰어든다.

그렇게 시커먼 바닷속으로 뛰어는 병사들은 물에서 버티는 속도와 정도에 따라 급수가 정해졌다.

급수는 모두 4등급으로 나눴다. 수영실력이 좋아 별다른 훈련이 필요 없는 A등급은 검정띠, 수영실력은 좋으나 훈련이 좀 더 필요한 B등급은 빨강띠, 수영실력이 좋지 않은 C등급은 파랑띠, 소위 맥주병 (물속에 들어가면 바로 가라앉는)은 D등급은 흰띠를 맸다.


머리에 두른 띠의 색깔에 따라 훈련의 내용이 달라졌다. 검정띠는 오전오후 내내 물속에서 수영을 하면서 놀았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D급인 나는 많이 부러웠다

빨간 띠는 오전에는 육상동작을 연습하고 오후에는 물속에서 즐겁게 물놀이를 했다. 역시 부럽다

파랑 띠는 오전오후 내내 육상에서 전투수영(평형)을 습득하기 위한 모링, 다링 훈련을 받았다. 역시 부러웠다.

내가 속한 흰띠는 오전호우 내내 체력훈련인 PT체조와 시궁창 생태계 탐험을 했다.


그렇지만 기회는 있었다. 매주 금요일 상급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시험을 쳤다.

4주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할 때는 B등급까지 올라갔다

나는 그렇게 군대에서 수영을 배웠다


아들과 수영

아들이 7살 때 처음 수영장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맨 먼저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애주기 위해 호흡하는 법을 가르쳤다. 물속에서 음~~ 물밖에서 파~~~, 음파음파

옛말에 자식은 직접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수영장 물을 몇 번 먹더니 호흡하는 법을 배우기는커녕 물에 대한 공포에 더해 아버지에 대한 원망만이 커지는 듯했다.


그래도 한주 뒤 또 아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유아용 풀에서 미끄럼틀만 타던 아들을 데리고 파도풀로 가서 가슴에 안고 조금씩 호흡을 적응시켰다. 라이브 재킷을 착용하고 있었던 터라 호흡이 조금 적응되자 공포감이 조금 사라지는 듯했다. 메인풀에서 혼자 수영하는 아빠를 보더니 선뜻 따라 들어온단다. 그러더니 몸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고는 집에 가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메인풀에서 나오질 않았다.


아직 정식으로 수영을 배우지 않아서 라이프재킷을 착용하고 수영을 하지만, 그 이후로는 여행 가서 수영장에 가면 아빠랑 함께 3M가 넘는 깊은 물에서도 너무 즐겁게 논다.


아들에게는 강습을 통해 수영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지만 아직 수영장에 가서 강습을 받기는 이르다. 적어도 혼자 수영복을 갈아입고, 혼자 씻고, 물에 대한 공포감을 조금 더 없앤 후 보내야 위험한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아들과 멋진 해변에서 "아빠 누가 먼저 가나? 내기할까?"라고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체력만 허락한다면 아들과 조금씩 같이 뛰면서 철인 3종 경기를 함께 완주하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아들아 얼른 커라 아빠 체력 관리 잘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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