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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May 20. 2023

아킬레스건 파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쉼표를 찍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쉼표를 찍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언제일까? 아마도 매 순간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아마도 아킬레스건이 아닐까?

몇 년 전 몸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질기고 굵다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었다.


그것도 우리가 한 번도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을 경험한 코로나 시국이었다.

특히나 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던 아내에게는 더욱 그랬다


기동대 팀장을 발령받은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였다.

기동대는 상황이 없이 부대에 대기할 경우 업무 특성상 체력훈련을 해야 했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주 수요일이면 팀별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팀사기를 위해준비한 축구시합


때로는 팀별로 족구시합을 하기도 했는데 우리 팀은 다른 팀의 호구였다.

내기만 하면 졌다. 우리 팀이 만만했는지 다른 팀들은 시도 때도 없이 족구시합을 걸어왔다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우려되어 팀원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족구 말고 축구하까?"

"축구는 자신들 있나?"

"예 자신 있습니다"

나는 경쟁 팀의 팀장에게 축구 한번 하자고 제안했다

드디어 시합이 시작됐다. 축구만큼은 반드시 이겨서 팀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높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족구에서 무기력하던 팀원들이 축구장에선 펄펄 날기 시작한다

우리 팀은 여세를 몰아 두골을 몰아넣었다. 상대팀은 당황한 기색이 여력 했다

한골을 더 넣고 전반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때 갑자기 찾아온 골키퍼와의 1대 1 노마크 찬스가 나에게 왔다.

살짝 흥분했다 어떻게든 골로 연결시키려고 달렸다.

그때였다. "뚝" 누가 뒤에서 강하게 내 발 뒤꿈치를 차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악"소리를 내며 넘어졌고, 뒤를 돌아봤지만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어나서 걸어보려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었고

우리 팀은 이겼다.

경기가 끝난 후 난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병원으로 후송된 후 검사결과를 듣고 당황했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

코로나로 육아와 직장생활 모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 있던 아내에 제일 먼저 이사실을 알려야 했다. 아내는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는 듯한 말투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었다


그렇게 난생처음 하반신 마취를 하고 수술에 위에 누워 의사에게 몸을 맡겼고

원치 않게 직장을 3개월이나 쉬어야 했다.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가라고 했던가?

힘든 아내를 대신에 육아라도 돕고 싶은데 4주간 한쪽 다리에 엉덩이까지 통깁스를 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집안에선 굴러다니는 의자를 타고 다니며 청소와 설거지를 했고. 집 밖에서는 목발을 짚고 다니며 아들의 등하원을 시켰다.


이른 직장생활에 20년이 넘은 세월은 쉼 없이 달려왔던 직장생활,

그곳에서 벗어나 매일아침 가족과 함께 잠들고 가족과 함께 눈떴다.

아들과 입맞춤으로 잠을 깨우고, 씻기도, 먹이고, 옷 입혀 함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들의 하원시간이 되면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원 앞의 놀이터와 모래놀이장에서 함께 1시간을 놀다 오곤 했고, 오가는 길에 길에 핀 들꽃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집 근처 공원에서 나비와 잠자리도 잡았고, 놀이터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아들의 커가는 모습을 매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3개월은 끝났고, 나는 곧 복직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가장 힘들고 중요했던 시기에

나는 쉼표를 찍으며 인생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3개월간의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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