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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r 09. 2017

다른 생각이 필요없던 관계

내가 다시 이런 관계를 얻을 수 있을까



 이 고양씨들은 나의 고양씨들이 아니다( 보다시피 성격이 정 반대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친하냐

그건 필자도 정말...정말 모르겠다...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반수를 하는 몇 개월 동안, 항상 그 도서관에서 출몰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쯤 되면 도서관에서 서식하고 출몰하는 게 필자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일이다)

 인간인 나와 고양이인 녀석들.

이렇게까지 그 녀석들이 나에게 경계를 풀 수 있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워낙 도서관 이용자분들이 고급사료랑 캔을 주셔서 가난한 학생의 소시지따윈 눈길도 주지않으니 먹을걸로 친해진 건 아니긴 하다. 물론 친하다기 보다는 만만하게 본 듯한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이 통하는 같은 종인 인간이라도 경계를 푸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물며 다른 종이라고! 고양이랑 인간이라고!

필자의 현타가 온 표정을 보시라. 가끔 이렇게 잘 지내다가도 '얘네, 나랑 왜 이리 자주 붙어있지'하는 생각에 잠깐 멍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갑작스럽든 예고된 것이든 인간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그 당시의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무한한 신뢰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너희 덕에 항상 허무해져도 다시 웃을 수 있었어.

애매한 복학, 대학교에 오면서 인간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이미 자리를 잡은 동기들. 아니 그 누구라도 나와 전혀 친해질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겨우 어떻게든 잡은 관계라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더라. 나에겐 그 친구가 정말 몇 없는 대학 친구였는데, 그 친구에겐 난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던 거겠지.  사람이 두렵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 기회조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있을 곳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이 녀석들이 생각난다. 지인이 아닌 '친구'. 다시 만들 수 있게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잘 될 때도 잘 안될 때도, 항상 아무 생각도 없이 나에게 다가오던 너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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