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엇이든 지나간다.
그날은 친구와 코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시덕거렸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코난에서는 청산가리로 인한 살인사건이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냥 호기심에 청산가리를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뜨는 자살상담 전화번호들. '아, 청사가리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구나' 하는 생각에 멍하게 그 화면을 쳐다보았다. 링크가 걸려있는 자살상담 전화번호들. 그 모든것이 다 파란색이었는데, 하나만 회색이었다. 의아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친구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인터넷 링크는 처음에는 파란색으로 되어있다가, 그걸 클릭하면 회색으로 바뀐다. 회색으로 되었다는 건, 그 링크(인터넷주소든 전화번호든) 예전에 한번 이상 클릭하거나 접속한 적이 있다는 의미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작년에 내가 그 번호를 누른적이 있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랬기에 죽기 싫어서 상담전화를 찾았다. 전화를 걸다가 그냥 끊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분명히 그때 항상 울고 참 많이 힘들고 당장 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런데 1년후의 나는 그걸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 잘 살고 있냐? 딱히 그건 아니다. 그냥 신기했다. 그때는 그게 나의 전부일 줄 알았고 나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살 줄 알았다. 그렇게 살기 싫으면서도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게 나의 삶이라고. 이렇게 허무하고 항상 울기만 하면서 누구 하나 없이 외롭고 내가 나 자신을 싫어하는 삶이 내 앞에 펼쳐져있다고. 그런데 지나갔다. 지나가서 나는 그때를 기억조차 못 하고 있다.
진짜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눈 앞의 일에 불안해하면서도, 지금까지 있었던 엄청난 일들, 진짜 내 인생의 키를 잡고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지금은 "그때 그랬지" 뿐이라는 걸 떠올린다.
중요하고 힘든 순간일수록 나와 그 순간 사이에 거리를 둔다.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일이지만 인생 전체를 볼때는 지나갈 순간. 그러니까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계속 상기할 필요는 없다. 그게 안 되면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아 내가 이 일을 망칠동안 사바나에서는 알파카가 뛰어다니겠구나'
중요한 일은 없다. 중요하다면 내 모든 순간이 중요하다. 그 순간순간 모두 무게를 줄 수는 없잖아. 언제까지고 1초뒤의 일 때문에 겁먹으면서 평생을 살 것인가?지쳐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