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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ug 24. 2018

중요한 것일수록 거기서 멀리 떨어지기.

그 어떤 것도 신성하지 않다.


저번에도 잠깐 적었던 이야기지만, 새삼 느끼는 바가 많아서 한번 더 끄적이자면,


눈 앞의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나만 힘들어진다는 것!

미래에 있을 불안한 일이든, 현재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든, 과거에 엄청난 일이 있었다해도! 얼마나 그 일이 끔찍하고 무게가 있다해도, 그 일과 나 자신 사이에는 거리를 두는게 좋다. 음  그런 것 같다.


망하면 어때 퉤. 가 진심으로 되지 않는다면 그냥 그 일의 무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한. 예를 들어보자. 수능을 치고 있는 도중에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당연히 당황하게 될 텐데, 그때 “이 시험을 망치면 나는 재수를 하거나 대학을 못 가서 인생을 망칠 것이고…..”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면 당황을 넘어서 절망감에 울고싶을 것이다. 눈 앞의 문제는 보이지도 않고 집중도 되지 않겠지. 물론, 수능이 인생을 망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알고있든 아니든 일단 그 때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건 누구나 안다. 그러니까 굳이 또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데...하고 시작해버리면 안되면 어떻게 해….가 되어버린다. 그럼 아직 끝난것도 아니고 혹은 시작도 안 했거나 이미 끝난 일인데도 기분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그렇다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한 생각을 일일히 다 반박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것도 나에게는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우울과 자괴감의 늪에서 빠져나와서 느긋한 시간을 즐기고 있을때는 좋은 방법이긴 했는데, 그럴 타이밍이 아닐때도 있더라. 


수강신청 망하면 어떻게 하지?-> 괜찮아 망하더라도 니 인생은 망하지 않아.

하지만 망하면 또 다시 정정서 쓰러 돌아다니고, 교수님 찾아다녀야 하고…내 잘못도 아닌데.-> 괜찮아 조금 귀찮더라도 막 목숨이 위험하거나 그런건 아니잖아. 그래, 못하더라도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닌데 왜 몇백만원을 날려버려야 하지->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괜찮아. 내가 그거 망치는 동안 사바나에서 뛰어다니는 알파카를 생각해.

한편 사바나에서는 알파카 한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습니다->아니 근데 내가 왜 망해야 하냐고.


무한반복이다. 위로하는 것도 불평하는 것도 결론내리는 것 까지 전부 혼자서 해야 하니까 지친다. 그냥 생각은 많으면 많을수록 지친다. 특히 나처럼 꼬인 사람은 생각이 많아지면 점점 나쁜 쪽으로 생각이 치우친다.


그러니까, 멈춘다. 도망친다. 그쪽을 보지 않는다.
눈치채셨겠지만 위의 사진을 참고로 그렸다.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거나 카페를 가거나 친구를 부르거나 스마트폰을 하거나 아무거나 뭐라도 한다. 생각에서 도망칠 수 있으면 뭐든 좋다.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있다.

1.     이건 중요한 일이다.

2.     이거 망쳐도 어찌어찌 목숨은 붙어있다.

이 두개로 끝내려고 노력중이다. 여기서 더 깊이 나가봤자 긴장되고 괴롭다. 난 개복치니까 괴로운 건 싫다! 그냥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몸은 고생하더라도 마음까지 고생하는 건 싫다. 지금 힘든 상황인데도 머릿속으로 별 생각이 없거나 마음이 덤덤하면 그냥 그런 일들이 되버리니까. 결국 내 눈으로 보는 세상이 내 전부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해도 마음이 편한 삶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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