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대상 상실)에는 근친자(배우자, 부모, 자식, 형제)나 친한 사람(연인, 친구 등)과의 생이별(이혼, 실연 등) 또는 사별(死別), 익숙해지고 친숙해진 곳 혹은 일(역할)로부터의 이별(이사, 전학, 이민, 귀국, 진학, 승진, 전근 등)이 있다. 원어 그대로 그리프 상담이라고도 하고, 비애 상담이라고도 한다. 애도 상담은 이 같은 이별의 발생 직후부터 급성으로 행하거나, 헤어지고 나서 일 년 이상 지체되어 이루어지기도 한다. 적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철경 씨의 이야기는 애도상담이야. 조언이나 해결책을 바라는 것이 아니지, 그저 옆에서 내담자가 아픈 이별을 하는 동안 같이 있어줘야 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요?
왜 사람들은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할까?
일단 나는, 꽤나 큰 변화가 있어서 이 변화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살을 찢는 것과도 같으며 안타깝게도 내가 살아온 사실이다. 얘기를 해서 속이 풀리는 단계는 훨씬 예전에 지나쳤고 그렇다고 해서 조언이 필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나는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할까? 한두 명이 아니라 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까?
1. 나는 응원받고 싶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그래, 그거면 된 거야" 그리고 "넌 정말 수고했어".
나의 일은 안타깝게도 하나의 해결책이 있는 일이 아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세요! 따위가 먹히지 않는다. 특히 가족 간의 일이기에 듣는 사람도 말을 조심하게 된다.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떤 감정을 갖든 그건 그대의 자유이지만 나는 응원 한마디면 충분히다. '힘내'말고. 사실, 맥락 없는 힘내 소리를 들으면 없던 힘도 나와서 상대방을 한대 칠 수 있다. 뻥이다.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2. 나는 마주하고 싶다.
내 인생은 나에게 너무나도 버리고 싶은 귀찮은 쓰레기이자 바라볼수록 비참한 짐이었다. 내 인생을 혐오했다. 왜 내가 힘들어야 했는지. 왜 불행 몰빵을 내가 받는지 내 옆에는 행운 몰빵을 받은 사람도 있는데. 그런데 신기하다. 말하면 말할수록 나는 감정을 배제하고 내 인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냥 아무 감정 없이. 내 인생은 재수 없다면 재수 없고 비참하다면 비참하고 불쌍했고 특이했고......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말이든 붙일 수는 있지만 붙일 필요는 없었다. 그냥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많이 아픈,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내 책장에 꽂힐 하나의 책이다. 당분간 내가 들고 다녀야 할 무겁고 짜증 나는 책이다. 남들에게 책을 보여줄수록 나는 내 책의 목차를 깔끔하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건 많은 나의 책 중 하나일 뿐이다.
3. 다른 사람의 애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상대적인 심각함이 다를 뿐, 다들 인생에서 비극을 겪는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 애도상담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다. 물론, 그런 상처를 이용하여 날 아프게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자신의 그런 성격이 비극이므로 굳이 내가 화내지 않아도 알아서 떨어지리라. 안 떨어져도 상관없고.
2번째 글에서 내가 들은 좋은 말들을 적어놓았다. 좀 더 많긴 한데 그건 사소한 말들이라서 넣지는 않았다. 그리고 굳이 위로나 응원의 말이 아니어도 "나도 그랬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고 공감해준 사람도 있었고, 그냥 말없이 울면서 "고맙다"(버텨줘서) 혹은 "미안하다"(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만으로도 충분히 구원받았다.
우리가 왜 책을 읽을까? 지식때문만이 아니다. 내가 겪지 못한 이야기를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감명받기도 하고, 내가 받지 못한 말을 대신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도 내 이야기가 비슷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애도상담은 내가 알고 지내던 상담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앞으로 내가 이야기를 할 일이 많겠다고.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얘기하기 전에 자신이 이 얘기를 왜 하는지,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지(상대방이 언제 끝날지 타이밍을 몰라서 말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으므로)를 먼저 얘기를 하는 편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보통 굉장히 친하고 깊은 관계인 사람들이다. 이미 내 서사를 어느 정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는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이 정해져 있다.
"나한태 큰 변화가 생겼어.
너무 아프지만 그래도 얘기하려고 해. 내가 얘기하는 이유는 얘기할수록 내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야. 그리고 응원을 듣고 싶어. 그거면 됐어.라는 응원이면 돼. 안 해줘도 돼. 길어지진 않겠지만 중간에 내가 너무 감정적이게 되어서 이야기를 질질 끌어도 이해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