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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n 19. 2019

적당히 양아치처럼 살자.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내 것만 챙겨가기.

나는 짱 세다.

거짓말이다. 허세다. 그리고 나는 아직 햇병아리다. 아직 어리고 젊은 놈이 인생에 대해서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요즘 느끼고 있는 바가 있어서 감히 글을 쓰고자 한다. 내 브런치니까! 알게 뭐람!


그렇다. 나는 적당한 양아치이다. 적당히 양아치처럼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적당히 양아치처럼 살아왔다. 의도한 것도 아니고, 알고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야 편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나는 성실하지도 않았지만 불량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면 교복을 입지 않고 후드티를 입고 담을 넘어서 햄버거를 먹으러 갔으며 야간 자습 시간에는 종이비행기를 날렸지만, 지각 한번 하지 않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 누구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선생님들은 내가 문제집을 사러 간다고 거짓말을 치고 분식집으로 달려가는 꼴을 보시면서도 "또 가냐~ 가끔 급식도 좀 사랑해줘라~"*(선생님들도 안 먹잖아요!) 하고는 잡지 않으셨다. 이런 어정쩡한 찌질이인 내가 요즘 느끼는 바는 아래와 같다. 


1. 성질이 나쁨을 굳이 숨기지는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2.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양보할 수 있는 것과 놓칠 수 없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3. 칭찬 듣는 것에는 인색해야 하고, 칭찬하는 것에는 너그러워야 한다.



1. 성질이 나쁨을 굳이 숨기지는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예전부터 욕을 특이하게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말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나쁜 말을 해도 특이하게 하기 때문에 나에게서 타박을 들어도 다들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 내가 '시 x'같은 욕을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아버지가 자식 한태 쓰는 것을 보고 너무 보기 안 좋아서 안 썼다), 그렇다고 화를 잘 내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나는 기분이 나빠도 티가 잘 안 난다. 


적당히 양아치 같으면 험한 말을 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 틈을 타서 혼자 속이 시원해지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왜냐면 아무도 신경을 안 쓰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었으므로 많은 의미를 안 둔다. 진심이 섞인 타박을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얼굴로 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친한 사람이 아니어도 효과가 있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한태 은근한 무시를 하는 동기에게
"아~화난다~하지만 참을게. 난 노벨 평화상 받아야 하거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외모 평가를 하는 사람에게
"앞으로 조심해. 각오하는 편이 좋을 거야"


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까? 그럴 리가.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애매한 공격을 하는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수줍게 전한다. 그래도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는다. 평소에도 나는 그랬기에. 그리고 시비는 자기들이 먼저 걸었기에. 


2.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양보할 수 있는 것과 놓칠 수 없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팀 프로젝트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나는 팀원들처럼 먼저 기분 나쁘게 얘기할 수 없다. 그들에게 그만한 관심이 없기에. 그들에게 엄청난 비아냥을 들었다고, 다음 날 똑같이 비아냥을 해서 복수를 못 한다. 그냥 내가 그걸 못 한다. 그러나 기분이 나쁜 티는 낼 수 있다. 갑분싸를 만드는 정색을 해도 괜찮음을 그들이 알려주었다. 어떻게? 먼저 갑분싸를 만드는 말로 나에게 상처를 주면서.


나는 복수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대응은 할 수 있다. 1번처럼.

나는 고집이 센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놓친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챙겨서 내가 피해를 입을 상황을 피할 수는 있다. 프로젝트 방향이 아무리 이상한 곳으로 가더라도 설득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프로젝트 방향으로 열심히 산에서 노 젓는 동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발표 시간이나 준비물들을 확인할 수는 있다.


3. 칭찬 듣는 것에는 인색해야 하고, 칭찬하는 것에는 너그러워야 한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연상의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인 막내 여자 팀원일 경우, 그들이 내가 한 일에 칭찬을 할 때가 있다. 그 칭찬은 "와! 이거 해 왔구나! 고마워!"같은 칭찬이 아니라, "잘했네"같은, 마치 내 상사나 선배처럼, 평가에 의한 칭찬이다. 


작년의 팀 프로젝트에서 나는 꼰대의 정석을 만나 뵈었다. 그는 팀의 대표였다. 다른 팀원은 굉장히 능력치가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그 팀원이 무엇을 할 때마다 팀 대표는 감탄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타박을 주었다. 그는 나에게 "같은 과로서 충고 하나 할게요~"같은 망언도 했다.


그런 그 때문에 나는 많이 위축되었다. 무언가를 보낼 때마다 그들의 반응이 신경 쓰여서 계속 카톡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내가 보낸 무언가에 팀 대표가 "철경 씨도 잘하셨네요"라고 하는데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그때는 그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비슷한 칭찬을 한번 더 듣고 알았다. 그들은 나를 아래로 보았고, 그 칭찬은 평가에 의해 나온 말이었음을. 마치 첫 심부름을 하는 아이에게 "서투르지만 잘했구나"하는 칭찬과 맥락이 같았음을. 그리고 우리는 같은 팀원임을 그들은 잊고 있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뛰어난 사람이 없고, 조교도, 교수님도, 경력자도 없었다. 우리에겐 서로를 아래로 볼 권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아래로 보았다.


참고로 작년 팀 대표가 하려고 했던 충고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내가 그 말을 듣자마자 "하하하하하! 농담이시죠! 우리 같은 학년인데요! 핳하핳" 하고 웃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하면 분위기 안 좋아질 거니까 안 할게요"라는 말에, 웃음을 멈춘 나의 "네"라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대화는 끊겼다.


적당히 양아치처럼 사는 건 좋다. 피해를 주지는 않되, 자기 자신의 것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중이다. 그래도 되는 거야?라고 망설이는 사람들은 아마 성실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배려를 하는 사람들이겠지.  예전의 나처럼.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자기들 것을 챙긴다고 남에게 피해를 줄까? 아니다. 누가 그대들더러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설령,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릴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하더라도 괜찮다. 그 사람들이 이기적이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고 있다면 반대로 잘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적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뭐든지 적당한 게 어렵다. 그건 잘난 듯이 글 쓰고 있는 나도 어렵다. 세상이 이렇게나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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