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목적이 뭐여
흔한 일이었다. 무리가 있으면 갈등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나와 누군가는 멀어졌다. 유치한 '내 편 만들기'는 초등학생 때 끝났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편한 사람들끼리는 만나지 않게 되고, 적당히 안 불편한 사람끼리 시간 될 때마다 만나고 싶은데.
어느 날, 당황한 낯의 친구가 이미 나와 1년은 연락이 끊긴 친구의 말을 전해주었다.
"걔가 계속 자기가 무슨 말할 때마다 뭐라 한다고 그러더라고...."
나는 당황했다. 아니, 지금 얘가 내 뒷담을 나에게 전달해준 건가?
사정은 이러했다. 여전히 나에게 불만이 많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들이 나와 노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내 프로필 사진도 항상 꼼꼼히 챙겨봤던 모양이다. 과도한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러다 우연히 나와 다른 친구가 오늘 만난다는 것을 알고 그 친구에게 전화로 내 욕을 했던 것.
나는 당황스러웠다. 뒷담은 나도 하고, 굳이 그 친구가 내 뒷담을 한다면 딱 그렇게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걸 왜 그렇게 전해주는 걸까?
"어... 진짜 당황스럽네. 그 애가 내 뒷담 한 것보다 네가 있는 그대로 그걸 나한테 전해주는 게 말이야. 굳이 내가 들을 필요가 있었나?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들으니까... 예상하곤 있었지만 상처가 되는데. 그건 네 쪽에서 자제할 수 있었잖아. "
"아... 미안해... 그게 나도 당황해서 그만..."
뒷담을 전해주는 경우가 크게 1. 의도 2. 실수인 경우로 나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1이든 2든 둘 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심한 말 듣기 싫어한다면 남도 그런 게 당연하고, 자신이 그 친구를 진심으로 위한다면 나쁜 소리는 그 친구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을 텐데, 그 순간 친구가 받을 상처보다 자신이 말을 전해야 한다는 답답함이 우선이 된 것이겠지.
그러면 적당히 그 친구가 너에게 불만이 많더라고... 정도로 하면 되는데 굳이 말을 그대로 옮겨주는(물론 실제로는 더 심했을 수도 있지만) 실수는 꽤나 치명적이다.
괜히 뒷담보다 앞담이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각오하고 있어도 자신에 대한 나쁜 소리를 전해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정확하지도 않고, 뭐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친구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 친구가 낯설게 느껴졌다. "얘가 이 정도도 모르는 애였나?" 친구는 자신의 실수에 당황했고 나는 느닷없이 맞은 뺨에 당황했다. 물론 가장 나쁜 건, 우리가 만나는 걸 알면서 만나기 직전에 그 친구를 멘붕 시킨 뒷담 한 다른 친구겠지만. 아마 당분간 그 친구를 보면 그 친구가 전해준 얘기가 생각이 나겠지. 내가 쿨한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설픈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결국 그 친구도 나와 같이 갈등에 휘말린 사람 1이었다. 위로를 받고 싶어서 사람을 만났는데 당분간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