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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l 25. 2019

목표: 애쓰지도 않고 성숙하지도 않은 사람.

생일인 하루도, 생일이 아닌 364일도 좀 더 happy 하게

항상 간절함이 없다고, 성숙하지 못하다고,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참지 못한다고. 이런 얘기로 욕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라오다 보니 나는 과하게 애를 쓰고 과하게 성숙해지려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일상을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살아가는 것도,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욕을 먹겠다. 욕을 먹으면서 애도 안 쓰고 미성숙한 사람이 되겠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자존심도 자기애도 전부 '내'가 살아가는데 하나의 철망이 되어버린다면, 그것들이 아무리 좋은 뜻의 단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제 기능을 못하거나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에겐 365일이 있다.

그 365일은 우리가 태어난 날 하루와 그 나머지 364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n 배나 더 있다. n은 자연 수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너무 작은 수일 수도, 큰 수일 수도, 사람이 임의로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행복해야 하고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기본적으로 365일. 그 시간동안 어깨에 힘을 풀고 살아가기 위해 목표 두개를 세웠다.


결재해주실 분?


목표 1: 애쓰지 않는다.

우주는 너무너무 넓다.



길을 걷다가 힘이 빠졌다.

이를 악물고 걷고 있었다. 언덕도 올랐다. 시계도 계속 보았다. 약속시간까지 3분 남았다….. 힘이 빠졌다.

뭘 이리 힘을 내고 있는 거지? 왜 긴장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 거지? 고작 걷기인데.

내가 이렇게 이를 악물고 걸어봤자, 내가 발버둥 치고 맘 졸이면서 걸어봤자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 것 정도고 그마저도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뭐 하는 거지 대체.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열심히 걸으면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수는 있잖아. 다시 걷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많지 않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무언가가 안 맞으면 최악의 점수를 맞기도 하고 평소에 들고 다니는 가방 속 작은 우산은 갑자기 비가 내리면 꼭 가방 안에 없다. 애를 써서 되는 일이 아니다. 애를 써야 하는 일도 아니다. 아등바등해야 하는 일들도 아니다. 그런데 깨닫고보면 꼭 이를 악물고 있다. 그럴 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주를 구하거나, 아니면 당장 내일의 시험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그렇다 사실 난 시크릿 히어로다) 보통은 잠을 자려고 애쓰거나 걷고 있는데 애쓰거나 설거지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애초에 애써서 되는 게 아닌 일들인데. 그냥 그런건데.




목표 2 :미성숙한 사람.

내 마음은 우주처럼 넓진 않다.
 화를 내는 데 있어서, 나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성숙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이다.

기분이 나쁜 티를 내는 것은 미성숙한 일이며, 남을 배려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교육받아왔고, 그렇게 생각해왔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약간 바뀌었다. 그 전제는, 내 주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나는 내 기분을 바로바로 파악하는데 서투르다. 게다가 더 나아가서, 내가 느끼는 감정마저도 성숙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인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내가 이 감정을 지금 느껴도 되는 거죠?

 이거, 이상한 거 아니죠?

 감정은 선택할 수 없는데 이상한 노력이다. 또 이상한 곳에서 애쓰고 있다.

마음이 찢어진다잉

성숙하게 화를 내는 방법?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런 게 있기나 할까? 그렇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상처를 받았음을 드러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학교 상담 때의 일이다.

 집단상담이나, 학교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에서는 꼭 한 번씩은

“철경 씨 하고 싶은 말이 많나 봐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말을 하지 어디서 한단 말인가? 내가 너무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말을 상담에서 몰아하나? 그렇다고 다른 사람 말을 자른 적은 없는데.... 그런 생각으로 괴로워했다. 그래서 말하기로 했다.


선생님: 철경 씨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아요.

선생님, 그 말은 저에게 상처가 되어요.

저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고, 힘들게 살아왔고, 생각이 많고, 주변에 사람은 많이 없으니까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주제의 말을 많이 하는 건데. 제가 말이 많은 건가요?


선생님: (전혀 당황하지 않으심)아니에요. 할 말이 많은 것과 말이 많은 건 다르죠. 그런 말, 여기서 하지 어디서 해요. 앞으로도 그렇게 상처가 되는 말이 있으면 저에게 얘기해줘요. 상담에서 같이 맞춰가요.


“감사합니다! ”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은 어찌나 짜릿한지!

앨리스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은 1+364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다. 나도 이 세상 사람들을 싫어하면 싫어했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딱 한 사람에겐 무조건 받아들여져야 한다. 나 자신이다.





++

저 그림은 친구 생일 선물인 폰케이스 주문제작용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생일인 하루도, 생일이 아닌 364일도 전부 행복하게.

happy birthday and happy unbirthday

1 + 364 =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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