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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Nov 05. 2019

완벽주의이신가요?

1 아니면 10만 존재하는 우리에게.


완벽주의자죠?

최근에 들은 엄청난 팩트 폭력이다. 젠장,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20년 넘게 그 말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결국 인정했다. 나는 완벽주의자에 욕심까지 많다.

쿨하고 욕심 없고 머리 좋고 노력은 많이 안 하는 것 같은데 요령이 좋아서 결과가 잘 나오는 사람…. 이 내 롤모델이었다. 그게 누구냐고? 과거의 나다. 

다른 완벽주의자들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나의 완벽주의는 현재를 완벽하게 무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멋졌던 나 혹은 멋지지 않았던 나와 미래의 멋질 수 없는 나 사이에서 고통받는다. 그러면 현재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건데, 그 현실은 완전히 무시해버린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잘하고 싶은데! 잘 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해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그 많은 일들을 보면 또 갑갑해진다. 악순환이다. 머리는 아는데 마음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타이밍 좋게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


완벽주의자가 꼭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상황은 통제할 수 없음’이다.  내가 애를 쓰면 쓸수록. 그리고 애를 썼다고, 마음고생을 했다고 일이 잘 풀리지도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것에 달관한 자세를 갖춰야 하는가? 아니 그전에 갖출 수 있는가? 없다. 완벽주의자니까.


내 생각엔, 완벽주의자에게 처방은 딱 하나야. 해야 할 일들을 자세하게 정리해서 하나씩 하기.



그리고 그 어떤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기계적으로 임하려고 노력 중이다. 눈 앞의 사소한 일들이 미래에 어떤 후폭풍이 될지 상상하면 한없이 두려워진다. 그리고 그 일이 크게 느껴져서 부담감만 올라간다. 그 일이 잘 안 풀릴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래서 일정을 막연하게 크게 잡지 않고 최대한 부숴서 쪼개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조각들을 최대한 나를 믿지 않고 배치한다. 내가 그 일을 다 해낼 거라는 생각이 자신감인지 자존심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를 믿지 않고 일들을 적게, 할 수 있는 만큼만 배치한다. 어차피 나는 또 내가 해낸 일들이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끝없이 완벽을 스스로에게 강요한다. 그러니까, 이러니 저러니 괴로워진다면 그냥 일을 덜 하고 덜 피곤한 편이 낫다. 

머리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따라와 줄 때까지, 마음도 머리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때까지, 욕심쟁이 완벽주의자는 그냥 할 일을 한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시간에서 도망치다 보면, 조금은 편하게 살고 있는 내가 있겠지. 오늘도 주어진 일들을 쪼개는 일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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