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써 본 자기소개서. 한창 여러 개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컨설턴트 선생님 중 한 분에게 들은 말이다. 문체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그러나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쓰면 안 된단다. 그렇게 전반적인 내용에 잠깐 컨설팅을 받다가, 어떤 한 문항에 적을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 문항에서는 이랬던 경험을 쓰려고 해요" 이 말에 대한 대답으로 무슨 말을 들었을까?
"개성이 없네요. 독특하지 않아요." "너무 흔한 경험이에요. " "심사위원들이 자기소개서를 보는 데, 몇 분이나 걸릴 것 같아요?"
그 짧은 몇 분으로는 그들을 사로잡을 수 없는 흔한 소재라는 뜻이다. 그는 나더러, 제대로 된 자소서를 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기본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위로를 했다. 상반기에도 있고 절대로 조급해하지 말라고. 그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틀렸다. 내가 그 순간에 질려버린 표정을 숨기지 못 한 이유는, 내가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는 앞으로의 막막함, 조급함도 있지만 "개성"에 대한 정의가 너무 둘쭉날쭉해져서 어지러웠던 탓이다.
시계가 생겼다.
개성은 없애는 편이 좋아요. 특히 공과계열은 진짜 사례를 중심으로 말해야 하죠."
다른 컨설턴트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요컨대, 사례는 특이하게, 문체는 무난하게.이다. 그는 나에게 여러 예시 문구들을 주면서 이런 느낌으로 쓰라고 했다. 그렇게 썼더니 나의 사례들은 그대로였지만 정말 무난하게 읽기 쉬운 글이 생겼다. 말 그대로 글은 사례를 돋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랬더니 몇 군데가 붙기 시작했다. 물론 서류만. 여전히 나는 취준 중이다. 그때는 기뻤다. 이 긴 여정에서 간간히 나오는 탈락과 합격이 얼마나 크게 기분과 의욕을 좌우하는지는 겪어본 자만 안다. 그런데 뭔가, 많이 걸렸다. 답답했다.
한국에서 개성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트윗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학교: 개성 죽여 대학교: 개성 있는 사람 멋있어 취준: 당신의 개성을 보여주세요 회사:개성 죽여
개성은 '남들과 다른 나의 무언가'이다. 죽이다 못해 이것이 남들과 차별되는 나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그러라고 나는 남들과 다른 걸까? 그것 때문에 누구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이고 누구는 더워 죽어도 뜨거움 음료인가? 그냥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알아서 복닥복닥 살아가라고 만들어진 개성 아니겠는가. 내가 신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개성적이시네요."
이 말은 칭찬으로 쓰이고 있는가? 여기서 선택받아야 하는 자는, 무엇을 죽이고 무엇을 살려야 하는가? 모범생은 갑자기 틀어박힌 사람이 되고, 자유롭던 사람은 너무 개성적 이러서 튀는 사람이 된다. 어디서는 이러랬다가, 어디서는 저러랬다가. 많은 공동체가 사는 곳이니까 그게 당연한가 싶다가도. 맞춰주는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고 성가신 것이 아니다. 얼른 취업해서 엄청 성공해서 큰 회사를 인수해서 엄청난 권력자라도 되어야 여기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는지.
오늘도 나는 "당신의 개성을 보여주세요!"라는 서류에서 개성을 죽이며 무난한 글을 쓸 준비를 한다. 이런 글쓰기는 하나도 즐겁지 않구나, 쓸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