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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r 12. 2020

반성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사실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최선이었죠.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사실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최선이었죠.


저번에 스캔한 그림을 컴퓨터로 선만 따왔다. 새삼 기술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선화는 손그림이지만 채색은 포토샵으로 하려고 한다.


후회보단 반성이 더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미련보다는 ‘아련’이 더 어울리는 나의 인생…. my life…(아련)

내 인생을 한 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올해 초 마지막으로 정말 원했던 곳의 면접을 망쳐서 불합격을 예상하면서 화가 났다.

이게 내 최선이고 한계라니….

물론 어떤 면접이든 소중했지만 그 면접은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직무에다가, 정말 원했던 회사였다. 게다가 그 직무에 내가 자신하는 것이 많았고, 면접 준비를 위해 회사를 알아볼수록 너무 매력적이었다.

맨 뒤의 기어들을 채색. 저 뒤의 톱니바퀴 무더기는 그냥 내가 톱니바퀴가 좋아서 그려 넣었을 뿐이다. 여담으로 졸업 프로젝트에서 기어 부분을 담당했다.

나는 건강한 기대를 할 줄 모른다.

항상 기대를 해서 그만큼 해내지 못하면 너무 슬프고 절망했고 아팠기 때문에. 아픔이 무서워서 일부러 기대를 안 했다. 기대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고 이를 피했을 때 희열을 느끼는 조금 비겁한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옆의 건물과 옆의 기어 탑(?)의 색이 하나도 안 어울린다. 그러나 괜찮다고 믿기로 하자. 나는 전공하지 않았으니까~라는 핑계로~ 모르니까 이상해도 돼~

그런 내가 태어나서! 20 몇 년이 넘어서야 겨우 처음으로!

 ‘집에 얼른 보탬이 되어야 할 텐데 ’  ‘취직 빨리 해야 할 텐데’  ‘좋은 회사 들어가야 눈치가 안 보일 텐데’ 이런 쫄림(?) 없이 자유롭게 진심으로 욕심낸 첫 번째 일이었다. 최종합까지는 못 해도 이 면접만은 꼭 붙고 싶다!


나름 최선을 다 해서 명암을 넣고 있다.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데 채색하니까 더 눈에 안 띈다.

그러나 나는 아주 멋있게 망쳤고(너무 긴장해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하나도 못 보여줬다.), 떨어졌다. 분했다. 도대체 어떻게 했었어야 했나?


나는 그게 최선이었단 말이야.


더 눈에 안 띈다.... 고양이는 뭐 그림자냐..... 저는 맹세코 숨은 그림 찾기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빈 강의실에 혼자 가서 연습하고, 40개가 넘는 예상 질문을 뽑고(물론 이대로 나올 거란 보장은 없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너무 불안할수록 꾸역꾸역 회사 인재상을 더 읽었는데 나는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더 억울한 건….  정말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면접을 준비하는 게 즐거웠다는 사실이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바라면 준비과정마저도 즐거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년에는 한창 구름에 빠져서 꽤 잘 그렸었는데 1년 만에 그릴려니 저게 구름인지 그냥 말풍선인지 모르는 퀄리티가 되었다.

 그래서 후회가 없었다. 그게 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여러 선생님들께 컨설팅을 들으며 조언을 구해보니 반성해야 할 것은 있었다.

과거의 미성숙한 자신이 맘에 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때의 나는 거기까지였다. 최선을 다 했음은 틀림없다. 그 과정이 즐겁기까지 했으니 나는 당당하다.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나의 한계이다.

애썼다. 그러나 저게 끝이다.
아, 그게 내 거였는데!!!!!

아직도 자다가 그 회사가 생각나면 발로 이불을 찬다.

나도 안다. 사실 이번엔 내 것이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의 것이었다. (먼저 가세요...)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그 순간에서는 최선을 다 한 겁니다. 할 수 없었던 거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이 말을 들었다. 이다음부터 나는 중간에 내 거였는데! 하고 이불을 차지 않게 되었다. 그냥 잠깐 울컥하다가 서운하다가 다시 잠든다.

이제 화사한 느낌 마음대로 넣어서 끝내버렸다. 눈이 부시죠? 하하

5분 후, 5일 후, 5달 후, 5년 후의 내가 후회를 하고 있을지 반성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굴릴 수 있는 만큼 머리를 굴려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 항상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지를 찾아갔다. 그건 도망일 때도 있고, 정면 승부일 때도 있고, 중도 포기일 때도 있었으나 전부 그 순간에 내가 가장 편한 선택지였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게 내 최선이었다. 나의 자리는 아마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저번에 올린 손그림을 컴퓨터로 채색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참고로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생도 아니라서 전부 독학했기때문에 구도나 채색법이 이상해도 "저 공대너드가 최선을 다 했구나~"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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