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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r 24. 2020

TMT가 생각하는 TMI란,

말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쓸데없는 정보란,

자격증.

요즘 신조어가 많아지고 있다. 신조어 자체는 문제 될 건 없지만, 그중 삶을 살면서 겪는 아주 애매모호하거나 기간이 길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하나의 단어로 압축시킨 신조어들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친한 사람과 친한 사람이 맘에 안 들 경우, 그에게 지인을 뺏었다고 '지뺏'이란 단어를 만든 것처럼.)


요즘 유행하는 건 투머치 토커와 티엠아이라는 단어다. TMT는 TOO MUCH TALKER로 말이 많은 사람을 뜻하고, TMI는 TOO MUCH INFORMATION으로 굳이 알 필요 없는 쓸데없는 정보를 뜻한다.

말이 많고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티엠아이를 남발하는 투머치 토커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입을 다물고, 주변 눈치를 살폈다.

이거 너무 TMI인가? 말 너무 많이 했나...?

이렇게 여기저기 휘둘리다가는 좁은 세상에 갇힐 것 같아서 내 나름대로 투머치 토커와 티엠아이의 기준을 세웠다. 아래는 주관적인 기준이다. 이 정도는 괜찮고 이 이상은 힘들겠군, 이라고 혼자 생각하는 정도의 기준.

함께 생각해봅시다. 여기 앉아서.


1.     티엠아이 TMI(TOO MUCH INFORMATION) = 그 정보를 말한 사람과 나중에 마주쳐서, 같이 무언가를 할 때, 떠올라서 괴로워지는 정보.


어느 정도의 정보는 서로의 소통을 도와준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알아서 괴로운 정보가 있다. 너무 구체적이거나 너무 자주 말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이렇다. 친구 중에 만날 때마다 이 말을 적어도 3번은 하는 아이가 있다고 치자.

나는 a라는 꽃이 싫어. 그냥 말고, a 꽃 중 꽃잎은 7개 이하의 홀수개인 꽃이 싫어. 그리고 RGB가 이런 색이면 가장 싫어.

(RGB= Red, Green, Blue 컴퓨터로 정확한 색을 표현할 때 쓰는 색상 코드. 검은색은 R=000, G=000, B=000이다.)

그러면 예를 들어 나는 그에게 꽃을 줄 때, 고를 때 a라는 꽃을 못 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a를 중 경우에도 꽃잎의 개수를 세어보고, RGB가 신경 쓰이겠지. 그 꽃을 그에게 줘서 그가 아무리 고맙고 기뻐해도, "아, 저 꽃 홀수 꽃잎인데 사실 싫은데 좋아하는 척하는 건가...? 속으로 욕하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정보를 tmi라고 두기로 했다.

너만 웃기다고!

2.     투머치 토커(TOO MUCH TALKER) =  '그런 건 속으로 생각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말을 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그룹 가수가 있다. 대학 동기들과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 가수 노래가 나와서 나는 기뻐했다. 오 이거 가수 A야! 그러자 동기가 하는 말,

아, 그 노래 잘하고 못생긴 멤버 있는 그룹?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참, 말이 많네 저 친구.라고 생각했다.

아 그 노래 잘하고 못생긴 멤버 있는 그룹?
아 그 노래 잘하는 멤버 있는 그룹? 나도 그 그룹 잘 알아. 이번에 어떤 노래 냈잖아! 그 노래로 처음 알아서 다른 노래들도 찾아봤는데 좋더라고. 너도 그 가수 좋아해? 이 노래는 OST였나?

이 중 “아, 말 많네”라고 생각되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전자이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은 저 말이 농담이거나 소통할 때 쓰이는 도구이다. 저것이 상처가 된다는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처를 주기 위해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말을 들은 후의 정색을 해 보면 구분된다. 만약 그 사람이 이것이 개그라고 생각했다면, 나의 정색에 당황할 것이고(농담으로 한 것인데 왜...) 나를 상처 주는 것이 유머였으면 같이 화낸다(찔리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별로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가 더 싫다. 후자가 진정한 투머치 토커이다. 도대체 왜 작정하고 상처를 주는 거지?



물론 저런 상황에서 내가 그 사람에게 "그것 참 TMI"라고 말하진 않는다. 속으로만 생각한다.  나에게만 TMI일 뿐, 그들한테는 중요한 정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란 참 어렵고 관계는 더욱 어렵다. 가끔은 너무 잘 아는 것이 족쇄가 되고, 친근감을 드러내기 위한 한 농담이 상처가 된다. 게다가 그 모든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남의 기준에 너무 맞춰도,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해도 문제다. 그러나 어차피 이렇게 많은 폭풍이 부는 세상에서 살아갈 거면, 나의 기준 정도는 확실하게 정해놓고 혼자 생각하더라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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