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Mar 24. 2020

TMT가 생각하는 TMI란,

말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쓸데없는 정보란,

자격증.

요즘 신조어가 많아지고 있다. 신조어 자체는 문제 될 건 없지만, 그중 삶을 살면서 겪는 아주 애매모호하거나 기간이 길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하나의 단어로 압축시킨 신조어들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친한 사람과 친한 사람이 맘에 안 들 경우, 그에게 지인을 뺏었다고 '지뺏'이란 단어를 만든 것처럼.)


요즘 유행하는 건 투머치 토커와 티엠아이라는 단어다. TMT는 TOO MUCH TALKER로 말이 많은 사람을 뜻하고, TMI는 TOO MUCH INFORMATION으로 굳이 알 필요 없는 쓸데없는 정보를 뜻한다.

말이 많고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티엠아이를 남발하는 투머치 토커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입을 다물고, 주변 눈치를 살폈다.

이거 너무 TMI인가? 말 너무 많이 했나...?

이렇게 여기저기 휘둘리다가는 좁은 세상에 갇힐 것 같아서 내 나름대로 투머치 토커와 티엠아이의 기준을 세웠다. 아래는 주관적인 기준이다. 이 정도는 괜찮고 이 이상은 힘들겠군, 이라고 혼자 생각하는 정도의 기준.

함께 생각해봅시다. 여기 앉아서.


1.     티엠아이 TMI(TOO MUCH INFORMATION) = 그 정보를 말한 사람과 나중에 마주쳐서, 같이 무언가를 할 때, 떠올라서 괴로워지는 정보.


어느 정도의 정보는 서로의 소통을 도와준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알아서 괴로운 정보가 있다. 너무 구체적이거나 너무 자주 말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이렇다. 친구 중에 만날 때마다 이 말을 적어도 3번은 하는 아이가 있다고 치자.

나는 a라는 꽃이 싫어. 그냥 말고, a 꽃 중 꽃잎은 7개 이하의 홀수개인 꽃이 싫어. 그리고 RGB가 이런 색이면 가장 싫어.

(RGB= Red, Green, Blue 컴퓨터로 정확한 색을 표현할 때 쓰는 색상 코드. 검은색은 R=000, G=000, B=000이다.)

그러면 예를 들어 나는 그에게 꽃을 줄 때, 고를 때 a라는 꽃을 못 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a를 중 경우에도 꽃잎의 개수를 세어보고, RGB가 신경 쓰이겠지. 그 꽃을 그에게 줘서 그가 아무리 고맙고 기뻐해도, "아, 저 꽃 홀수 꽃잎인데 사실 싫은데 좋아하는 척하는 건가...? 속으로 욕하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정보를 tmi라고 두기로 했다.

너만 웃기다고!

2.     투머치 토커(TOO MUCH TALKER) =  '그런 건 속으로 생각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말을 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그룹 가수가 있다. 대학 동기들과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 가수 노래가 나와서 나는 기뻐했다. 오 이거 가수 A야! 그러자 동기가 하는 말,

아, 그 노래 잘하고 못생긴 멤버 있는 그룹?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참, 말이 많네 저 친구.라고 생각했다.

아 그 노래 잘하고 못생긴 멤버 있는 그룹?
아 그 노래 잘하는 멤버 있는 그룹? 나도 그 그룹 잘 알아. 이번에 어떤 노래 냈잖아! 그 노래로 처음 알아서 다른 노래들도 찾아봤는데 좋더라고. 너도 그 가수 좋아해? 이 노래는 OST였나?

이 중 “아, 말 많네”라고 생각되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전자이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은 저 말이 농담이거나 소통할 때 쓰이는 도구이다. 저것이 상처가 된다는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처를 주기 위해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말을 들은 후의 정색을 해 보면 구분된다. 만약 그 사람이 이것이 개그라고 생각했다면, 나의 정색에 당황할 것이고(농담으로 한 것인데 왜...) 나를 상처 주는 것이 유머였으면 같이 화낸다(찔리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별로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가 더 싫다. 후자가 진정한 투머치 토커이다. 도대체 왜 작정하고 상처를 주는 거지?



물론 저런 상황에서 내가 그 사람에게 "그것 참 TMI"라고 말하진 않는다. 속으로만 생각한다.  나에게만 TMI일 뿐, 그들한테는 중요한 정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란 참 어렵고 관계는 더욱 어렵다. 가끔은 너무 잘 아는 것이 족쇄가 되고, 친근감을 드러내기 위한 한 농담이 상처가 된다. 게다가 그 모든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남의 기준에 너무 맞춰도,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해도 문제다. 그러나 어차피 이렇게 많은 폭풍이 부는 세상에서 살아갈 거면, 나의 기준 정도는 확실하게 정해놓고 혼자 생각하더라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