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취업준비를 하세요?

우리의 앞길이 전부 꽃길이길 바란다.

by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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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경씨는 왜 취업준비를 하세요?"

상담에서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는, 정말로, 처음에는, 정말로! 터무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왜 취업을 준비하냐니요! 돈 벌려고 그렇죠. 어머니는 자영업자라서 수익이 일정치 않고, 아버지는 퇴사했고, 첫째인 제가 어떻게 조급해지지 않을 수가 있어요?
그렇게 떠밀려듯이하니까, 하기 싫고 힘들잖아요.
하지만 어차피, 즐겁게 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니잖아요.
즐겁게 할 수 없다면,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만이라도 확실히 하자는 거죠. 그래야 이 과정이 조금 덜 무겁게 느껴질 테니. 왜 회사에 들어가려는 걸까요? 왜 대학원은 아니고요? 공시 준비도 아니고? 아니면 알바도 아니고 왜 취업일까요?

아무도 묻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흠,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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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는 경제적인 독립에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저 집에 그만 손을 벌리고 싶고,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내 돈으로, 눈치 보지 않고 사고 싶다.

처음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그 누구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갖고 싶었던'라는 이유만으로 10만 원이 넘는 시계를 한 번에 샀을 때. 첫 월급이라서 가족에게 맛있는 밥을 샀을 때. 그때 느끼던 희열.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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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이것이 내가 생각하기엔 회사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취업이냐, 공시도 아니고 대학원 진학도 아니고, 알바를 해서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어디 지원받아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취업이냐.

나는 일이 진행되는 프로세스의 활력을 느꼈다. 기나긴 졸업 프로젝트와 그 외 다른 팀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나는 아직 사회생활도 해본 적이 없는 햇병아리다. 그렇기에 나의 추측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 이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곳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연구나 성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많은 전공의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이 함께 여기저기서 하나씩 그 자리에서 도움을 주는 과정을 보고 싶다. 고작 복사만 하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거기 안의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보고 싶다. 일단 되어야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 알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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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일에게서 받는 위로'를 느끼고 싶다.

때로는 가족도 친구도 취미도 아닌 '일'이 나를 위로해줄 때가 있거든. 그러니까 유리코도 마음 가는 일을 찾길 바랄게. 이왕 일하기로 결심한 거니까.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

'엄마, 오늘부터 출근합니다!'에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 유리코가 친구에게 너는 왜 일을 하냐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당시 대학생이던(이렇게 말하니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졸업한 지 한 달 됐다.) 나는 이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 어차피 더럽게(?) 할 일이라면,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면, 적성에 그렇게 맞지 않는다면, 몰두해서 위로를 받을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직업에서 자아실현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아실현은 내가 할 일이다. 직업은 그 바닥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콧물 흘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취준생의 로망일 뿐이겠지? 나도 안다. 취업 성공한 친구들이 얼마나 돈도 잘 못 쓰고, 써야 할 곳은 많고, 시간이 없는지를. 신입사원이 얼마나 고된 존재인지를. 그래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나. 살아가기 위해서 어차피 모두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잘 접근하고 싶다. 결과는 내가 정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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