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네.

아직은 많이 답답하지만 말입니다.

by chul
코로나 19,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합세.
철경 학생, 미래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교수님, 저는 불확실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직 부족한 사람입니다...


나는 급한 사람이다. 성격도 급하고, 욕심도 많아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누군가가 휴학을 권하면 반수를 시도하느라 1년이 늦어졌기에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많은 것이 부서져서 떨어지는데도 아랑곳 않고 뛰어왔다. 그렇게 뛰어오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까지 취업 중 극강 난이도라고 할 수 있겠다.

취업 컨설팅에서, 서류를 6개 정도 작년에 붙었다고 하자, 서류 합격률이 높은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지원했는데 겨우 6개를 붙었는데 그게 높은 거라고요? 나는 이제야 인정했다.

내가 아무리 달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존재함을.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 무엇도 기다려 본 적이 없음을.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네.

교수님과 안부 메일을 주고받다가 이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슬펐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기다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서 알았다. 무언가를 한 달 넘게 기다려 본 적이 있던가? 내 때가 아니란 것을 인정하고 묵묵히 할 일만 한 적이 있었나? 항상 지금 당장 결판이 나지 않아서 무슨 일을 벌이고, 또 벌리고, 뛰어다니고. 그걸 또 수습하다가 수습되는 과정도 못 참고 또 나가떨어지고.


항상 나는 바빴다. 그리고 그래서 피곤했다. 무언가를 기다려본 적이 없다. 결과가 아닌 ‘때’를 기다려본 적이 없었다. 내 옆의 사람들은 다들 너무나도 빠르게 내 앞으로 나아갔기에. 그렇게 어렵다는 시험, 취업 전부 1년 만에, 졸업 전에 다 해내는 친구들을 보며. 만약 그것들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치열하고 멋있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적어도 저 친구들보다는 모자라지 않아야만 친구들 옆에 서 있는 게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는 항상 조급해. 네가 뭐가 모자라다고 그렇게 조급해?
엄마는 항상 걱정돼, 내가 너를 돈이 부족하다거나, 그렇게 키운 게 아닌데 넌 왜 항상 그리 바쁠까. 다들 네 이야기를 하면 네가 너무 멋지다고, 그런 딸을 둔 나더러 좋겠다고 칭찬하는데 너는 왜 너한테 그렇게 각박하니?

남들 다 그러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남들이 다 그런다면 나는 거기서 특출 난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바빴다. 기다림이란 나와 너무나도 먼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억지로 기다리고 있다. 마치 삶이 나에게 ‘기다림’이란 역량을 톡톡히 알려주겠다는 듯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멈춰있다.


한때는 ktx 3시간 동안 스마트 폰 한 번도 보지 않고 노래만 들으며 버틸 수 있었던 내가, 이제는 횡단보도 기다리는 몇 분을 못 참고 바로 스마트폰을 본다. 요리가 익어가는 1,2분을 못 참고 유튜브를 본다. 커피가 나오는 몇 분을 못 참고 또 글을 쓴다. 최근에, 온전히 무언가를 묵묵히 기다려본 적이 없다.


그래, 기다릴 수밖에 없으면 기다려야지. 하루에도 몇 번씩 며칠째 바뀌지 않는 채용공고를 보고, 그와 반비례로 우수수 떨어지는 서류결과를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게 묵묵히 기다리는 것 밖에 없는 지금. 결과가 아닌 과정을 인정해야 하는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다림을 배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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