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보단 격려를, 수정보단 대안을.

지금 나와 같은 취준생에게 필요한 것들.

by chul

예전에 팀원들과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다가, 전날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다들 그 문제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두고 1시간을 고민했다. 밤 10시가 넘었고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세팅을 완료해야 했다. 그렇기에 그 긴박한 순간에서 수정보다는 대안을 선택해야 함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무엇이 남아있는지, 우선순위는 어떤지, 남아있는 것들을 몇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지를 살폈다. 왜, 보다는 어떻게로 토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 기억은 여전히 나의 고정관념을 내가 직접 깨도록 만들어준, 아주 특이하고도 신박한 경험이었다.


KakaoTalk_20200524_133621390.jpg 엉망이 된 프라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류 탈락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서류 합격률이 높았던 나는, 컨설팅을 할 때마다 "서류는 완성되었으니 면접과 인적성 공부만 하면 충분히 상반기엔 붙겠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있던 사람도 나온다느니, 21년 만에 최악의 취업난이라느니. 나는 이렇게나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었는지 내는 곳마다 아주 멋있게 떨어졌다. 미끄럼틀을 양말을 신고 거꾸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멋있게 한 발을 내딛고 다른 발을 내딛으려면 이미 내디딘 발이 미끄러지면서 꼴사납게 제자리 탭댄스나 추고 있다. 넘어져서 미끄럼틀 밖으로 튕겨나가는 건 예사도 아니다.


겨우 잡은 기회도 인성에서 떨어졌다. 나의 성격과 맞는 기업은 없는 걸까? 나는, 왜, 여기까지 왔는가? 돈만 축내고 서울까지 와서 대체 뭘 하고 있는가?


"지금은 왜, 가 아니라 어떻게에 집중해야 해요."

누워 있었다. 비참했다. 나도 안다. 그러나 비참했다.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다가 울다가 잠을 잤다. 다시 천장을 보고 누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냔 말이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 말고, 어차피 이 시기가 길어진다면 독기보다는 더 묵직한 무언가로 묵묵히 살아가고 싶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인정'이었다. 이 시기가 오래갈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적게는 3달 오래는 1년까지 나는 취업준비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 기간을 각오하고, 인정한다.


둘, 그렇기 위해서 정신적 신체적 체력을 길러야 한다. 일단, 달리기는 마스크 때문에 무리니까 산책이라도 갔다 오고, 홈트는 혼자 살지 않기 때문에 민망하다면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적 체력을 위해서는 꾸준히 나를 비워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가고 싶은 카페를 가는, 그런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셋, 포트폴리오와 경험을 정리해서 내 역량을 최대한으로 잘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다.

유튜브도 좋고 서적도 좋고, 참고할만한 것들은 참고해서 나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넷, 직무와 산업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

작년은 어쩌면 초심자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내가 뭣도 모르고 영업 면접까지 갔었으니 말이다. 지금 내 경험들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가 조금 더 필요하다. 억지로 끼워 맞춰 봤자 나만 피곤하고 떨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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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구체적으로 적으면 개인적인 얘기가 될까 봐 여기까지 적었지만,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정말로 무력했다. 잘 안 되더라도, 잘하지 않아도 되니까 무언가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격려했다. 베짱이도 개미도 아닌 나에게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는 할 일이 있지만 미루고 있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지금 이 시기가 힘들고, 내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니 위로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격려를 나에게. '왜'보다는 '어떻게'를 고민할 수 있는 격려를 나에게 주세요. 묵묵히 해나가는 것은 제 주특기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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