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해요
"언니~ 요즘 어떻게 지내? 가끔 생각나. 이거 마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감사하게도 예전에 만난 사람들에게서 꼭 안부 연락을 받는다. 나쁘게 끝났다고 하더라도 가끔 사과를 하며 안부인사가 온다. (물론 쌍방 잘못인 경우가 훨씬 많다.) 끝이 나쁘진 않는 한 자연스럽게 그 연락은 언젠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몰랐다. 이게 축복인 줄은. 나는 먼저 연락을 하는 사람이었고 사람이 고픈 쪽은 항상 내쪽이었다. 누군들 안 그랬겠냐만 나도 유독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많이 앓았다. 2년간의 긴 우울증에는 사람에 대한 상처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 내가 오히려 불리는 사람, 인싸가 된 걸까? 아니다.
그냥, 나는 가끔 생각나는 사람인가 보다. 나라는 사람은 매력은 없지만 그냥 가끔 어떻게 살아가는지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인 것 같다.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사람. 내가 한때 정말 좋아했던 그들이 가끔 궁금해하는 사람이 나라서 기쁘기 그지없다. 굉장한 축복이다. 물론 그만큼 내가 앞날이 걱정되는 사람이어서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 1이 나랑은 연락을 안 한 지 꽤 되는 친구 2와의 대화를 캡처해서 보내줬다.
나 이번에 강철경 만난다. 너 철경이 기억하냐?
당연하지. 잊을 수 없지.
이번에 셋이서 만나자.
'잊을 수 없지'. 헛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많은 흑역사를 생성한 걸까? 그 와중에 잊지 않아 줬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오랜만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무슨 일이 있나? 서울에 올 일이 생긴 걸까?
야 오랜만이다 밥 먹었냐?
지금 먹고 있지. 치킨 먹는다. 니는 먹었나?
먹었지. 밥을 늦게 먹네?
뭐 먹었는데?
"야, 근데 오랜만에 네 목소리 들으니까 안심된다. 뭐든 앞으로 어떻게든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저 밥 얘기만 했는데 알 수 없는 위로를 주었다. 처음에 이 말을 듣고는 놀래서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괴롭히는지 캐물었지만 결론은 별 일 없이 그냥 앞날이 두렵다는 얘기였다. 하긴 별 일이 없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지. 그렇게 그 어떤 영양가도 없는 얘기를 끝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친구의 한마디. 나더러 안심이 되는 목소리라니. 이런 고마운 말을 다 해주고. 물론 당사자인 나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별 거 없는 글쓰기였다. 그냥 나의 소소한 자랑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왜 이런지는 그 이유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지만, 나를 가끔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겐 항상 감사하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이, 가끔 생각해주고 연락을 주는 사람이 나라니. 이만한 축복이 어디 있을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