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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n 22. 2020

결국 과거였다.

요즘 유튜브에서 타로를 보고 있다.

타로나 사주에 빠졌다는 건, 그만큼 힘들고 지쳤다는 뜻이라는데.”

맞다. 종교가 왜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지금. 타로를 직접 가서 볼 용기는 없고(안 좋은 말 나올까 봐) 유튜브에서 앞으로의 좋은 일 혹은 조언 등을 찾아서 보고 있다. 그런데, 이거 참 재미있다. 내 기분 탓이겠지만, “과거는 흘려보내라”라는 조언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취업 준비하는 사람만큼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뜩이나 가본 적도 없는 면접에 탈락했다는 이상한 메일도 받고, 주변 사람들이 채용을 갑자기 취소’당하는’ 꼴을 보고, 서류 합격률이 0에 수렴하는 사람이 어떻게 과거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알고 있다. 이미 지나간 기회는 흘려보내야 함을. 그러나 쉽지 않았다. 저번 주처럼 정말 노력했던 서류 4개가 이틀 연속으로 멋있게 탈락했던 날에는.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룸메 말로는 이를 갈았다고 한다. 몸에 힘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거의 뜬눈으로 침대에서 뒹굴다가, 늦잠을 잤다. 퀭한 눈으로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카페를 가야겠어.”

그 카페란, 내가 몇 년 동안 자주 갔던 조용한 카페인데 어느 날 영업을 종료하고 디저트 카페로 바뀐 카페이다. 디저트 카페이기에 커피를 팔 것이라고 예상이 갔고, 커피라도 사러 한번 들리려고 그 근처를 부단히도 쏘다녔지만 결국 문을 열지 못한 게 벌써 두 달째다. 오늘은 그 카페를 가서 커피를 사고, 오랜만에 직원분과 잘 지냈냐는 얘기를 해야겠어.

저희가 커피는 따로 판매하지 않고 있어서요.

처음 보는 직원분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뻘쭘하게 다시 나왔다. 그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 모든 건 이제 과거구나.

그냥 과거가 되어버렸구나. 과거는 미련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구나. 날은 더웠고, 나는 길을 잃었으며 머리는 지끈거리다 못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거려서 근처의 익숙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음료를 시키고는 잠시 멍 때렸다.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내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숲을 갔다. 다시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리듯이 아팠지만 마음은 편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보통 반대로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불편한 경우가 많았는데.


마음이 머리를 앞서가는 경우가 이런 거구나. 나는 이제 과거를 흘려보낼 준비가 되었나 보다. 안녕, 수많은 회사들, 안녕 내가 좋아하던 우드톤의 카페, 거품이 많던 커피. 그 카페는 이제 화이트톤에 커피는 취급하지 않고 이제 내 메모장에서는 새로운 회사의 채용일정들이 들어찰것이다. 그래. 나는 현재를 살아야지. 시리도록 아프지만 이제 보내줄 나의 미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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