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Aug 12. 2020

책소개가 아니라 책 '이야기'

조언할 정도로 잘난 사람이 아니라서요

자 이제 그림을 그려보자. 원래 선화는 더럽게 시작한다. 나만 그런가?

책을 얘기하는 브런치 북을 만들려고 한다. 섣부른 조언이나 판단이 누군가에겐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안다. 그런 조언과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없어 보이는지도.  예전에 어버이날에 자식에게 가장 받기 싫은 선물 중 하나가 책이고, 이유가 '내가 부족해서 이걸 배우라는 건가?'처럼 느껴진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 책 추천 또한 누군가에게 조언처럼 보일까 봐 이젠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콕 집에서 그 책을 사달라고 하기 전까진 말이다.


여기는 나만의 공간. 그러니 여기서 마음껏 책을 소개해버릴 테다.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냥 요즘처럼 우중충한 하늘이 되어버림
왜 그렇게 착하게 말하는 거야?

가끔 남의 인생이 누군가의 삶이 아닌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드라마쯤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갈등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고 고구마고 사이다가 아니라고... 화를 낸다. 왜 남의 인생에 사이다를 바라는가? 내가 이 일을 때려치우거나 속 시원하게 누군가를 쏘아붙인다면 그들이야 어떤 약 광고처럼 속이 시원해지겠다. 그러나 그 후폭풍은 오로지 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감당한다. 답답한 사람들이 당신이 욕을 한 후, 팀원들과의 분위기를 감당하는 게 아니다.

책에서 빔이 솟아져 나오는 게 아닙니다. 책을 기준으로 다른 하늘을 대비시키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어떻게 해라, 하는 조언도 없다. 조언을 한다고 해도, 자기는 직접 실행해본 적이 없다. 난 한 번도 '왜 그렇게 착하게 대해? 물렁하게 대처해?' 하는 사람들이 나와 50% 이상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거나 그런 상황에 이렇게 해라, 라는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이야 조언도 아닌 '너는 고구마~너는 고구마~'하면서 눈 앞의 사람을 찌르는 쿨한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있겠다만, 그 상황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1순위는 귀찮아, 2순위는 너나 많이 해.이다. 그렇기에 조언을 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한다. 섣부른 조언을 하고 나서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책 선물도 마찬가지이다.

이것도 하늘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그런..

물론, 누군가에겐 책 선물이 너무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책은 그저 힐링만 주는 매체가 아니다. 지식만을 주지도 않았다. 나에겐 책이란 습관이었고 피난처였으며 공항이었다.



개리 비숍의 책처럼 엄청난 팩트 폭행이 오갈 수 있다. 데미안처럼 우울한 이야기에서 많은 배움을 얻어가는 주인공과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파울로 코엘료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의 스토리보다는 스토리가 주는 가치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들 뻔한 말이라서 싫어한다는 책에서도 나는 많은 감동과 영감을 얻는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는 아직 읽지도 않은 사람들이 '난 이런 류의 책은 싫어~'라며 예시를 많이 드는 책이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이 주는 따뜻한 문체와 날카롭게 담긴 현실이 좋다. 부드러운 겉을 씹다가도 안의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 안을 감싸는 아이스크림 모나카를 먹는 기분이다. 물론 현실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지 않고 씁쓸하고 아프지만.

씁쓸한 고양이와 목성같은 무언가

'서평'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이 브런치 북은 서평과는 다른 시리즈가 될 것이다. 서평은 학교에서 푼돈을 벌기 위해 공모전에 나가면서 상을 타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서평단에 많이 지원하여 이 브런치에서도 몇 번 서평을 올렸다. 서평은 구조와 짜임새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늘어지는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냥 수다 좋아하는 친구가 오늘은 이런 책을 들고 왔어, 이 책 이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느껴질 거야. 이런 부분이 좋았어, 조잘조잘 대는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면 된다.

얼추 다 그렸으니 이제 마무리를 해보자.

지식이 짧은 사람인 나이기에, 모두가 명작이라고 얘기하는 책은 여기서 안 나올지도 모른다. 러시아나 독일 문학은 등장인물들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차마 외우지 못했고, 글자 수로 판별하곤 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라 7글자'이렇게.. )(조금만 더 핑계를 대자면 같은 작품에 '라스콜 니코 바'도 등장한다.)

아직도 '좁은 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했던 그 순간만은 확실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만약 opic을 쳤는데 거기서 eva가 나에게 책과 관련되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얘기해달라면 좁은 문을 이해하지 못 한 그 순간을 얘기할 수 있다. 그 정도로.

그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영화도 하나도 안 읽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좋아한다. 한때 오츠이치의 책을 어떻게든 찾아서 읽었다.

끝까지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서서 그 책을 잠깐 읽었을 때, 20분 넘게 서서 읽느냐'이다.

이런 사람의 책 수다라도 괜찮으시다면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글이 언제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과거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