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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n 13. 2020

제 인생이 당신에겐 장난이군요.

"a사도 갑자기 서류 합격을 취소시키더니 b사도 면접을 준비하는데 서류 합격을 취소시켰네요. 서류 합격 하나가 소중한 취업준비생에게 너무 잔인하신 게 아닌가요?"

이번에 취업 박람회가 열려서 여러 기업에 지원했다가 운 좋게 몇 개를 서류가 붙었다. 비록 대기업은 아니지만 아주 오랜만에 붙은 서류라서 소중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처음 도입한 구조가 많은 박람회인지라 이것저것 구멍은 많았다. 공지사항이 눈에 안 띄었다던가... 이건 내 잘못이긴 하지만, 덕분에 나는 다른 회사명이 적힌 이력서도 5개의 회사에 지원하였다. 그런데도 가장 인기가 많던 회사들에 붙은 거 보면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되나 보다.


영상 면접을 마치고 기업 공지사항 와 문의사항을 보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기업이 서류를 합격시켰다가 취소했단다. 문의사항에 여러 글이 적힌 것을 보아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서류 합격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그 회사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회사에 지원한 사람들도 서류 합격이 불합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우연히 보았다.

취업 준비생에게 너무 잔인하신 게 아닌지요.

나도 비슷한 일을 최근에 겪었다. 서류 합격 메일도 안 오던 중견회사에서 면접 탈락 메일을 나에게 잘 못 보낸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이다. 꽤 큰 중견회사고,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거의 대기업에 가까운 회사인데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 일을 겪고, 박람회 상황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다들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 건가?



지금은 코로나 19로 취업 시장이 완전히 닫혔다. 나온 사람도 많은 판에 신입을 뽑아줄 리가 없다. 다들 저주받은 90년대생이라며 울부짖고 있다. 차라리 안 뽑으면 안 뽑을 것이지 이렇게 누군가는 배려 없는 실수로 간절한 사람들의 의욕을 잔인하게 짓밟는다. 

내가 멋도 모르는 젊은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한 회사의 인사과가 그렇게나 허술하단 말인가? 갑자기 채용을 취소하고 메일을 탈락자에게 잘 못 보낼 정도로? 그 정도의 실수를 하면서도 회사가 돌아간단 말인가? 그들에게 취업 준비생은 얼마든지 차고 넘치니 한두 명 실수로 밟아도 괜찮은 개미 같은 존재인가?

서류 불합격 메일에서도 공손하게 좋은 말로 끝내는 메일들을 보냈던 대기업들. 그리고 서류 불합 메일도 보내지 않으면서 합격도 취소시키고 불합격한 사람에게 면접 관련 메일을 보내는 중견기업들. 그리고 눈이 높다며 욕을 먹는 취업준비생들. 이 세상은 요지경이구나. 헛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아무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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