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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ug 29. 2020

이런 여행 뭐, 어때서-하정

책 수다 1

책 수다 첫 번째 시리즈가 너무 늦었다. 그동안 '글'에 관한 많은 고찰과 고민,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늦어졌다. 사실 초고는 이미 쓰여있었고, 첫 책도 정해져 있었다. 2주 전부터. 

(https://brunch.co.kr/@ruddb1155/438)--> 책 수다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잡는 글의 여기 있다.

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잘 듣는데, 가장 최근 회차에 하정 작가님의 신간과 그 작가님의 최신 근황이 나오는 걸 보고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왜냐면 내가 첫 번째로 쓰러던 책이 하정 작가님의 책 <이런 여행 뭐, 어때서>였기 때문이다.

친구가 보고 연락을 준 문구

그렇기에 초고는 버리고 당장 지금부터 급하게 새로 쓰고 있다. 이 책의 초판은 2012년 5월에 발행되고 인쇄되었다. 벌써 8년 전이다. 그 8년 동안 (팟캐스트에서 듣기로는) 작가님은 출판사를 차리셨고, 책을 몇 권 더 내신 것도 모자라서 그 책들 또한 다 내가 제목을 익히 들어본 책이었다. 왜 몰랐지?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 책을 읽을 때만 살아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서서 이 책을 읽던 때는 중학생이었고 이 책을 사서 옆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쓰는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이다. 내가 이렇게 많이 거쳐 온 동안 작가님도 많은 시간을 거쳐왔을 텐데 왜 나는 작가님이 여전히 프롤로그에서처럼 월세 생활과 함께 모든것을 다시 시작하는 줄 알았을까.

이 책은 여러모로 내게 의미가 깊은 책이다. 만약 책 소개 글을 쓰다면 당연히 제일 먼저 이 책을 쓰고 싶었고 그것을 넘어, 이 책을 위해 책 소개 매거진을 발행하고 싶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내가 변했다는 것을 알았고, 이 책의 한 구절을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로 해놓았더니 5년 만에 어떤 친구가 어디서 나온 말이냐며 연락을 해서 여전히 함께 잘 지내고 있다. 친구에게 처음으로 선물해달라고 생일선물로, 달라고 한 책도 이 책이었다.

이 책은 크게 2파트다. 1파트는 전형적인 한국인 '써머'가 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 2파트는 그렇게 단단해진 써머가 이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하는 이야기.

어렸을 때 나는 신나는 2파트만 주야장천 읽었다. 1파트의 써머가 이해가 잘 안 갔기 때문이다. 너무 완벽하려 했고 항상 긴장되어 있었으며, 조그마한 실수에도 크게 자책하는 모습이 나에게 안 와 닿았다. 당시만 해도 나는 중학생이었으니까. 그러나 대학생이 된 후, 도망치듯 온 도서관 한구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이 책의 1파트의 써머가 나와 너무나도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 나는 철이 들어버렸다. 전형적인 한국인이 되었고 사춘기를 지나서 제도와 규칙 사이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 나는 여전히 1파트를 더 자주 읽는다. 

취업 준비를 하는 만큼, 언젠가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훨씬 더 철저하게 제도와 규칙 사이에서 끼여 살고 있겠지. 아마 지금은 생각지도 못 한 문제에 봉착했을 수도 있다. 나는 서머처럼 단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이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어떻게든 살고 있듯 그때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아, 그리고 아마 내가 이 책을 다시 꺼내게 된 이유에는 지금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파트 1에서도 2에서도 작가님은 다른 사람들이랑 지내며 살아간다. 나 또한 나이도, 직업도, 목적도,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과 한 곳에 부대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찾게 되는지도. 

흔히 어린 왕자를 향해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다른 책, 읽을수록 새로운 책이라고들 한다. 나에겐 어린 왕자와 함께 이 책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떠오르며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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