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이 주는 자극을 흘려보내기.
“야, 우리 이제 고등학생 아니잖아. 이제 알잖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그래, 맞다. 우린 이제 알지. 상처는 못 주는 게 아니라, 안 주는 거란 걸. 무례는 무지와 같다는 것도.
오늘은 다짜고짜 뺨을 맞고 나서, 그다음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주는 자극을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보내버리는 이야기를.
어제 일화에 이어서 이야기를 해 보자.
https://brunch.co.kr/@ruddb1155/481
글은 위의 링크고, 상황은 이렇다. 처음 보는 컨설턴트에게 이력서 사진이 별로라는 말을 듣고 그 이유를 물어보자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이력서 사진 보니까 다시 보기 싫어요 여성스러운 느낌도 없고 별로예요. 그리고 왜냐고는 왜 물으세요? 면접에서도 그러시는 거죠? 말투도 별로예요. 요즘 sky도 취직 안되고 스펙 엄청난 사람들도 서류 다 떨어져요. 여기 오는 사람들 전부 다 스펙이 엄청난데, 하물며 A(내 출신 대학) 대 공대잖아요. 아, 고등학교고 보니까 B도 출신이네, 그래서 말투가 그런가? (나는 여러 도를 다녔고 사투리는 다 섞여있다.) 왜냐고 왜 묻는 거예요? 그러니까 딱 봤을 때 같이 일하고 싶은 느낌은 안 들 것 같아요. 심지어 경력사항도 없어, 공백기 1년이야, 흠.
그리고 그는, 울고 있는 내게 자랑스러워하며 그런 말을 했다. “제가 좀 많이 울려요”
상처를 주는 것, 무례하다는 것이 자랑인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추측하건대 그게 자신과 타인의 계급차라고 생각해서 뿌듯한 걸까? 이유를 확실하게는 모르겠고, 그런 사람들의 ‘왜’따윈 우리가 알 필요는 없다. 세상에 알아야 할 ‘왜’와 알 필요가 전혀 없는 ‘왜’가 있다면,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후자에 가깝다. 우리가 인간이란 종족을 탐구해야 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가 아닌 한, 굳이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 심지어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뺨을 맞는다. 보통 그냥 그 자리에 있어서라는 이유이다. 그런 상처는 얼른 치료하고 자연스럽게 치유될 때까지 내버려두면서 내 할 일을 해야 한다. 계속 그 상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똑같이 때리기도 쉽지 않다. 때려서 내 마음이 시원해진다고 해도 갑자기 맞은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
제일 최근에 받은 상담 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냥 돌 던진 사람이에요. 그냥 운 안 좋게 맞은 게 철경 씨예요.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의미 부여하지 말아요.”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면 끝이 없다. 우리는 이런 무례한 사람들(물론 이런 사람들이 계속 봐야 하는 경우면 또 달라지겠지만 근원은 같다.)이 주는 자극이나 상처를 보내버려야 한다. 용서나 이해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 ‘치부’해버리자. 무지한 사람이 칼을 휘두르고 있는데 내 갈 길 가던 우리가 그냥 맞은 거다. 이럴 때일수록 원인을 찾아서 탐구하는 자세는 좋지 않다. 내가 많은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탐구정신은 타인에게 적용해서는 안된다. 시험문제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혹은 나 자신을 알 때나 발휘해야 한다.
일단 빨리, 치료하라. 마구 울어도 좋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도 좋고 돈을 좀 써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좋다. 그렇게 몇 시간, 며칠을 상처 안에 살다가, 다시 할 일을 하라. 멀쩡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갑자기 뺨을 맞았는데 어떻게 멀쩡해지겠는가. 억울하고 화나고 어이없는 마음을 그대로 둔 채 오늘 할 일을 하자.
나는 이 날,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깊이 들어갔다간 우울증 다시 심하게 온다.’ 이 날은 유독 며칠 동안 내가 사람과 세상에 휘둘려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있다. 지칠 만도 하지. 그래서 나는 카페를 가서 계속 훌쩍였고,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스터디 과제를 마무리했다.
그 사람이 한 말이 계속 생각났지만 곱씹으려고 하진 않았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데 어떻게 하겠어. 다만 그나마 속이 시원한 부분은, 나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그 사람도 나를 한 번이라도 더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자리가 본인도 불편하겠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상처를 주고 싶어 안달 났는데, 굳이 그 자리가 그 사람이라고 좋을 리가 없다. 어지간한 사이코패스가 아닌 한, 싫어하는 사람 상처주기 vs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기 중에 전자를 고르진 않을 것이다. 당신이 다짜고짜 날 싫어하고 상처 줬으니 당신도 나와 있는 자리가 언짢아야지. 나는 그 자리에 여전한 얼굴로 가서, 최대한 그 자리를 피할 궁리를 하겠다. 기싸움이 아니다. 애초에 기싸움을 할 관계도 아니고. 그저, 흘려보내버린다.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머리와 마음의 한 평이라도 허락하지 말자. 오늘도 오늘의 일을 하면서 우리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