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어디에 썼는지가 곧 나의 패턴이다.
내 상황과 상태가 이만큼 극과 극을 달린 적은 없었다. 상황이 뭣 같은데 상태는 최고조다. 물론, 우울증과 동행한 뒤로 최고조라는 얘기다. 나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한다.
이런 상태를 만들어 준 것은 생활의 패턴이다. 일이 없는 사람, 꼭 돈을 벌거나 생산적인 일만이 아니라, 정말 해야 할 일을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 사람. 그게 나다. 이렇게 자신의 일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일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이 더 심해지길 마련이다. 혹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살아온 나름의 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여러 글을 써 왔다. 이 글 시리즈는, 패턴을 만들어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패턴의 중요함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학생일 때, 직장을 다녔을 때라면 누군가가 패턴을 만들어주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은 패턴을 본인이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받게 된다. 심지어 나 같은 백수라면 그 누구도 돈을 주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더욱 패턴이 어그러진다. 패턴을 붙잡고 싶을 때, 수면 패턴도 좋고 사람을 만나는 패턴도 좋지만 나는 가장 먼저 가계부를 본다.
가계부를 적은 것 자체가 이미 좀 나은 상태인 거 아닌가요? 맞다. 나도 가계부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하지만 누구나 돈은 쓴다. 특히 무기력하고 우울한 사람일수록 충동적으로 돈을 쓴다. 현금이 아니라면 돈을 쓴 내역은 굳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남는다. 이체내역을 보면 된다.
물론 어디에 뭘 썼는지 차근히 커피 한 잔 하며 적어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정말 좋다. 분석까지, 정리까지 한다면 더욱.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한다.
1. 가계부를 복습하지 않은 날이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2. 00 떡볶이를 시켰는가?
2부터 얘기하자면, 나에게는 ‘떡볶이 지수’가 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찌할 줄 모를 때, 휴식과 약간의 정도가 필요함을 떡볶이를 배달시키고 나서 깨닫는다. 즉, 떡볶이를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배달시켰다는 것은 내가 나를 아니면 상황이 나를 코너로 몰아서 아주 예민해진 상태임을 의미한다. 이미 시키고 나서 깨닫기 때문에 주문내역이나 이체내역에 남는다. 누구나 이런 지수가 있을 것이다. 깨닫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달의 관찰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꼭 특정 음식이 아니어도, 유독 잘 나가는 내역이 있다. 문구류일 수도, 음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나의 스트레스를 풀게 해 준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건 ‘지수’가 아니라 ‘힐링 지출’인 셈이다. 힐링 지출은 자신의 상황이 허락하는 한 해도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고려해봅시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샀지만 내팽개쳤거나 먹지 않고 버렸거나 전혀 그 이후로 더 쓰지 않고 단순히 ‘이걸 샀다!’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것을 ‘지수’나 ‘기준’으로 봐도 된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지면, 나는 이게 또 다른 의미의 자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잊기 위해 자극을 찾는데, 그것이 나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이다. 샀으면 썼거나, 아니면 사고 난 그 순간을 즐겨야 하는데 사고 나서 더욱 자책감이나 회의감에 빠진다. 음, 안 하면 가장 좋지만 나는 이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떡볶이 지수가 한 달에 한 번이었는데 요즘은 일이 주일에 한 번씩 온다. 즉 내가 몰리는 상황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지출 내역으로 이런 걸 파악하기 쉽다. 파악만 해도 좋다. 결국 사 먹고 말아도 좋다. 중요한 건 패턴의 존재를 아는 것이다.
두 번째로 1에 관한 내용이다. 가계부를 안 쓰거나, 복습을 안 한지 오래되었다는 것은 2의 지수로 판단할 때보다 더 심각하다. 중요한 것을 아예 하지 않고 그럴 기운이 없다는 의미이다.
이럴 때는 갑자기 감정이 휘몰아치며 엄청난 자책으로 나를 끌고 간다. 그' 휘몰아침'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행동을 해야 한다. 바로 지출 내역을 확인해본다. 확인할 정도의 정신이 아니라면 그냥 심호흡을 한다. 물을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진정되면 지출 내역을 본다. 어디에 무엇이 나갔는지 주로 무슨 날, 무슨 시간에 뭘 샀는지를 본다. 적지 않아도 된다, 상태를 보기만 해도 된다.
나에겐 지출 내역 확인이 내 패턴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감정이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있다면 좋다. 일기라던가, 메모장이라던가. 하지만 이것조차 없을 때, 그냥 자동적으로 기록되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지출 내역을 적고, 지출을 계획하고, 더 나아가 기록하고, 일기를 쓰면 된다. 습관이 안된다면 알람을 맞춰놓자.
이어서는 패턴을 만들기 위한 알람 맞추기에 관한 글을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