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가 되어서 이럴 뿐.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할 수 밖에 없다.

by chul


그냥 그 순간일 뿐이다. 내 삶에 고정된 패턴과도 같은. 어차피 지나갈, 그런 순간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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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짧지 않은 취준 생활 끝에 인턴을 하고 있다.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이다 보니, 이것저것 정규직 전환율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 어떤 부장님께서는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을 하셨고, 인턴 대부분 동기들은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내 중간 평가 점수를 보기 전까지는.

이 평가는 인성이 들어가지 않은, 말 그대로 실무와 관련된 과제를 2주 동안 일정 기간에 제출하고 점수를 매기는, 대학생활 프로젝트와도 비슷한 평가다. 동기들에 비해 한참 낮은 내 점수를 알게 된 사수님께서 걱정이 되어서 내게 귀띔을 해주셨다.

많은 생각과 동시에 나만 똑 떨어지는 그런, 상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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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급하면 언뜻 보기에 괜찮은 결과물을 내지만 그 결과물에는 구멍이 많은, 안 좋은 버릇이 있다. 지금까지는 그러면 손해를 보는 건 나 혼자고 그 손해 또한 많이 크지 않았다. 기껏 안 좋아봐야 재수강 정도.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 만약 내가 인턴이 아니고 이것이 실습 과제가 아니라 실무였다면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을 것이다. 결국, 돌아오고야 말 아주 정직한 대가였다. 100세 시대라면 70년은 거뜬히 남은 내 인생에서 꼭 고쳐야 할 나의 오점이다. 후딱 해내자, 라는 마음으로 살았던 나에게 돌아올 당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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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나는 모두가 99% 정규직이 전환될 때, 안 되는 1%가 내가 될 수 있음을 마음속에 새겼다. 반대로 99%가 안되고 1%가 된다고 해도, 그 1%가 내가 되도록 마음을 고쳐먹어야 함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도저처럼 나가진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불도저와 같았던 내 조급함이 불러일으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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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점수는 내가 내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정규직 전환율에 대한 소문이 돌아도 관심이 없어졌다. 내가 아니면 그 수치는 의미 없으니까. 대부분이라고 해도 내가 극소수가 될 수 있으니까. 동시에 주변인들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이 점수를 보기 전까지 나는 같은 동기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그 동기는 나한테 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끙끙 앓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하라는 신의 계시(?) 같기도 하다. 다들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단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열심히만 잘하는 내게는 마음 아픈 말이다. 왜냐면 할 줄 아는 게 열심히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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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불쌍한 사람으로 남아버릴지도 모르겠다. 그 인턴 결국, 열심히는 하더니 잘 안됐구나. 감각은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하지만 뭐, 그러라지. 나는 내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던 2달 전, 취준생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은 뭘 잘해야 하는지 확실하다. 그 확실함이 내게 활력이란 행복으로 다가온다. 인턴이 곧 끝나간다. 이후에 나는 어디에 가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그때의 내가 그때의 활력을 또 찾을 것이다. 질려하지만 지치지는 않는 모든 순간의 나를 믿는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내일 출근하면 내일의 시간이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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