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순간을 꾸미고 보듬는 일상이 되기를.
휴대폰 갤러리의 사진이 저번 주에 멈춰있다. 나는 아주 작은 순간순간도 내 마음에 들면 일단 사진을 찍었다. 새로 산 원두 사진, 망하거나 잘된 음식 사진, 배달음식 사진, 예쁜 하늘, 출근길, 그냥 발바닥(?) 웃긴 상황의 친구 사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는 사진도 많았다. 좋아하는 연예인, 캐릭터,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나 문구가 새겨진 사진. 그러나 나는 일주일 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나를 위한 길은 어느 순간 다 막혀있었다.
그냥 잠이 온다. 어느 순간부터 도피를 위해 잠을 자는 것만 같다.
이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취업준비 생활에서도, 친구들과 같은 방을 쓰며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살아갈 때도, 그 많은 자극과 여러 생각들이 있음에도 날 버티게 해 주었던 것이 있다. 혼자만의 정리 시간이다. 도서관이나 카페 혹은 혼자만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장소에 가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혹은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여러 사정으론 이제 그런 공간도 시간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좋았던 인턴 퇴근길은 그저 괴로운 생각들을 하다가 보냈다. 들어오는 생각과 자극은 많은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무엇을 더 잘했어야 했지. 무엇을 더 해야 하지. 이건 내가 원한 삶이 아닌데. 1년 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을까. 앞으로 나는 다시 달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느라 겨우 짬을 낸 시간조차도 흘려보내었다. 사진을 찍을 여유도 없었고, 사진 찍고 싶은 순간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이 모든 것이 지나가기만을 바랬는데, 동시에 모든 것이 지나가면 대체 무엇이 남을지 알 수 없어서 무섭기만 하다.
유감스러운 지금을 위해 달려온 걸까. 사진으로 남기고 싶던 순간들로 가득 찼던 내 일상은 어디로 간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대를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여기에 멈출 사람이 아니라고. 계속 열정을 품고, 열등감도 버릴 순 없고, 가끔은 더러운 기분과 감정이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의 일상들과 순간들을 꾸미고 다듬는다.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커피를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 원 더 비싸더라도 예쁜 컵을 샀다. (물론 학생과 취준생의 경제적 사정으로 모든 좋은 물건을 살 수는 없었지만) 그럴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을 기념이라도 하듯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그 사진조차도 남기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다음 주는 순간과 나 자신을 잘 챙기고 보듬는 한 주가 되기를. 그렇게 순간순간들을 갤러리에 쌓아서 그리워하고 기념하는 한 주를 만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