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모두에게 새롭고 낯설고 두려운 한 해였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특히 올해는 나에게 많은 메시지와 경험을 준 해이다.
1. 작년과 올해는 내게 '억울함'을 알려주었다. 억울함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서 생긴다. 예를 들면, 대기업을 간 친구나 교환학생을 간 친구와 인턴인 나. 그냥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냥 각자의 상황이다.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한 나만의 의미부여를 해왔다.
'나도 여행 가고 싶었는데. 나도 집안 사정이 좋았더라면'
'나도 주말에 쉬고 싶은데 인턴이라서 혹시 몰라서 자소서를 준비하고 있네.'
작년, 그리고 올해도 이 모든 억울함에서 싸워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잠시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갑자기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냥 쓰기 싫은 것을 넘어서 '내가 이걸 왜 또 쓰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작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하라'고 내게 말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억울해하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다. 그냥 해야 할 일은 감정과 생각을 업은 채로 할 뿐이다. 언젠가 열정이 다시 피어오를 것이라 믿고, 그 열정의 유무와 상관없이 할 뿐이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릴 순 없으니까. (실제로 나는 노는 것 말고는 하고 싶어서 한 적이 거의 없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 추천합니다. 감정과 생각 업은채로 그냥 하기.)
3.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동갑인 우리들은 모두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대학원, 교환학생, 대학생, 2년 차 직장인, 신입사원, 인턴, 취준생, 고시생, 공무원.... 모두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밥을 먹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 좋은 회사를 간 친구,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한참을 다시 억울해했다. 나도 열심히 했는데. 나도 교환학생 가볼걸. 알바라도 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문득, 아직 내가 교환학생을 혹은 유학을 혹은 좋은 회사를 갈 때가 아닐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학의 꿈도 있고,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게 지금이 아닐 뿐이다. 나는 어찌어찌 잘 살아왔고, 내 이야기를 다듬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무엇이라도, 열심히 해왔다. 삶이 즉각적인 보상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여전히 머릿속에서 '하기 싫어 남들은 안 하는데'같은 소리가 울려 퍼져도,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한다. 그 이상의 나에게 좋지 않은 의미부여를 할 바에는 산책이라고 하거나 좋은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