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나를 두고 떠난 너희와 옆에 있어준 너희 모두를 난 평생 잊지 못하겠지.

by chul

인턴 정규직이 혼자 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엄마한테 가장 먼저 들은 말은
사랑해
였다.

그렇게까지 친하다고 생각지도 못한 친구에게 가장 먼저 들은 말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전화해.
였다.

사람이 위로해주긴 쉬워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긴 어렵다며, 사람의 주변 관계를 보기 위해서는 슬플 때보다 기쁠 때를 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로 기쁜 상황이나 잘 되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로 살아왔음), 지금처럼 슬플 때 주변 사람들이나 내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곤 한다.


지옥에 떨어졌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니, 나쁘지 않게 살아온 것 같다. 그것도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엄마라니. 물론 우리 엄마나 아빠가 모범적인 부모상이거나 어렸을 때부터 나를 이렇게 잘 대해 주진 못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여러 정신적 신체적으로 내게 큰 상처를 줬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마음 둘 곳을 모르는 어른으로 커버렸으니까. 늦은 사랑이지만 그래도 이왕 주는 거 굳이 뿌리칠 이유는 없었다.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인지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친구가 사과할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네가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수 있을까. 기쁠 때 같이 있어주긴 한 것 같은데.

하지만,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 중 한 명은 지친 나를 불러다가 자신의 힘든 이야기만 했다. 그의 인간관계에 대한 불만은 끝이 없었고, 내 이야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가로채곤 하였다. 물론 우린 각자의 이야기가 가장 힘들다. 나 또한 그 친구의 그런 이야기를 아무것도 아닌 (생존권이 달린 내 문제와 다르게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해버렸다.) 이야기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친구가 어딜 보는지, 내가 어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시해버린 친구도 있다. 자신이 힘들 때는 어떻게든 나를 앉혀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니까 싫었던 걸까. 아니면 그에게 나란 존재란 그저 감정 쓰레기통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자신의 친구가 이런이런 얘기를 하자 별 반응 없이 무시해버린 그를 보고, 생각했다. 친구란 저럴 수 없다고. 아무리 바쁘거나 여유가 없어도, 더 좋은 곳에 갈 거야, 같은 영혼 없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데.


바다에 가서 그들을 보내주었다. 들고 돌아갈 순 없었다.



사실, 오버 좀 해봤다. 어쩌면 이건 그렇게까지 절망적이거나 지옥인 건 아니다. 나는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잠시 바닷바람을 쐬러 왔고, 기분 전환도 하면서 글도 쓰고 있다. 그리고 그냥, 뭐. 하기 싫지만 나를 잘 달래가면서 할 일만 남았다. 나의 편이 되어준 그들에겐 고맙지만 그들을 지나치게 의지하진 않을 것이다. 이건 내 일이니까. 그렇다고 나를 두고 간 사람들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진 않겠다. 그냥 잘 가십시오.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때 너희들은 내가 생각날까? 날 생각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내 일을 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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