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렸던 날 무난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 항상 혼나도 나만 혼났다고 한다. 어렸을 때, 엄마는 상가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했다. 당연히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자식들은 친해졌고 복도에서 뛰어다니다가 혼이 났다. 그런데 유독 잡혀서 혼나는 게 나였던 모양이다.
왜 너만 그럴까.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엄마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그것이 속상해서 한 말인 건 알지만. 하여튼 어렸을 때는 그랬다.
그래서 엄마는 날 무난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도 노력했다. 또래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옷을 어떻게든 입혀보려고 했고, 눈에 띄는 행동은 어떻게든 막았다. 친척들 사이에서 책을 읽던 내게 책을 읽지 말고 동생들과 놀으라는 엄마를 기억한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눈에 띄고 말았다. 어렸을 때, 동네 축제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ox퀴즈를 했다. 정말 쉬운 문제였는데 정말 특이하게도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만 정답 칸에 섰고 모두가 다른 칸으로 섰다. 동생을 껴안은 채로 엄마는 소리쳤다.
사람 많은 쪽으로 와!
라고. 정답을 초등학생 한 사람만 시켜줄 순 없으니 ox퀴즈는 재시작을 했다. 나라고 좋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정말 그때는 그 정답을 알고 있어서였다.(별 거 아닌 상식문제였는데 과학잡지에서 우연히 보고 맞췄다.)
나는 네가 취직이 늦게 되어도, 남들이
쟤는 일도 잘 안 풀리는데 뭐가 좋아서 맨날 저렇게 가볍게 다녀?
라고 말할 정도로 유쾌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오늘 지원한 회사에서 확인차 전화가 왔다. 저번에 인턴을 했던 회사인데, 이번에 다른 직무 공고가 떴길래 그냥 지원했더니 전화 와서 대뜸
거의 됐다고 들었는데, 왜요?
라는 말을 들었다. 운이 좋아서 면접에 가더라도 유난히 좋지 않은 인상을 끌고 갈 것이 분명했다.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어서 자기소개서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냥, 동기들과 다른 삶과 입장인, 떠돌인 입장인 내가 너무 그 전화로 다시 한번 잘 알게 되어서. 씁쓸해졌다. 저번처럼 ox퀴즈에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다. 이번엔 오답에 혼자 남겨진.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냥 적당히 나 먹고살고 남은 돈을 저금해서 언젠가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정도면 되는데. 바람이 분다. 아~뭐 먹고 사냐. 다들 먹고사니즘을 벗어나서 개성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먹고사니즘으로 들어가려는 내가 참 웃기게 느껴진다. 엄마는 내 어디가 유쾌해서 좋다는 걸까. 그냥 돈 많은 호쾌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야, 그게 쉬운 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