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기에 버티고 지나고 살아온 시간

그냥 새 그림어플 구매한 김에 갑자기 생각나서 쓰고 그림

by chul
선생님은 네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를 하는건데, 남들이 보기엔 느려보이나봐. 너니까 버텼지, 그 긴 시간들.


부서 중 유일하게 정규직이 못 된 인턴으로 1주일을 더 출근해야 했을 때, 우리 부서 사무실의 바닥이 아지랑이 처럼 일렁였다. 금방 늪처럼 무너질 것만 같아서 눈을 한번 꼭 감고,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뻔뻔하게 모두를 맞이했다. 절망은 오래 가지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공채시기가 없어졌으므로 공고는 정신없이 무슨 두더지 게임마냥 띠용떼용 나왔고 여러 면접과 스터디 등으로 몇달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모두가 그럴 줄 알았다. 다들 나처럼 뻔뻔한 줄 알았고, 미련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나는 나대로 대처했고 나대로 그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나는 나였다. 나의 삶의 방식이 있던 것이었다. 나다움이 있다는 건,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증거였다.



처음 쉐어하우스에 왔을때를 기억한다. 대학가 근처이고 룸메들이 전부 내 또래였기에 막연하게 나는 그들이 대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중 대학을 다녔거나 나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삶의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한 친구가 ‘취업 준비기간이 1년이 넘어가는 나’를 한탄하고 있는 내게, 수박을 썰어주면서 그러더라.


언니, 언니는 지금까지 남들이 말하는 흔한 루트 그대로 겪어온 사람이야. 여기서 유일하게. 그런데 그 루트에서 1,2년 벗어난게 그렇게 큰 일인거야? 물론 지금까지 루트 그래도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1,2년 뒤틀림이 무섭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것일뿐이야.


그냥 그 전체가 내 인생일 뿐이야.


본가에 가면 퇴직한 아버지가 등산을 갔다와서 쉬고 계신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아버지는 만족하면서 여러 디지털 문명(?)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pc카카오톡을 설치해서 즐기고 계신다. 그냥 각자는 살아간다. 그런데 왜 남한테 ‘너는 나와 같지 않느냐’며 핀잔을 주는 걸까?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만남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지역이나 나라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러니 삶이 다양화되고 바뀌는 건 당연한데 여전히 ‘그때쯤 이루어야 할 무언가’가 남들이 나를 규정짓는 기준이다. 음, 요즘 나는 그냥 일이 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다. 그냥 그 간단한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정규직이 못 된 인턴일때를 생각하면 머쓱하고, 면접을 앞두면 긴장된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걱정이 된다. 하지만 다들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잖아. 그냥 나처럼 이냥저냥 얼레벌레 사는 사람도 있다. 내가 비장했더라면 인턴 이후에 못 버텼을 것이다. 정말 나였기에 살아왔고 지나왔던 시간이다. 전부 소중하다.


+ 그냥 자기 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았습니다. 저는 항상 밤에 글을 쓰네요..ㅠ 아침에 글 쓰는 것보다 책 읽는게 아직 좋아서 아침 글쓰기가 습관이 안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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