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위치를 아냐는 세상의 말.

그냥 여기 서있었을 뿐인데 다짜고짜 그 위치의 좌표를 물어보시면.

by chul

이 사회의 사람들이, 그냥 사회 그 자체가 내 시간과 삶을 함부로 대할 때마다 당황스럽다. 겨우겨우 살아왔고 한점 부끄럼…이라기보단 여러 점 부끄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당사자가 소중히 대하는 것을 왜 한 끗 차이가 다르다고 공 굴리듯 굴리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진심으로 의문을 갖게 된다. 내 잘못인 걸까, 차라리 내 잘못이면 좋을 텐데. 그런데 그냥 발길질을 당한 입장에서는 일어나려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다.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면접 offer가 왔을 때, 어느 부서로 가냐는 나의 물음에

“본인이 그걸 물을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나?”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각오했어야 했다.

“지금 취업준비 1년 넘게 하는 거 아닌가?”

라는 말이 덧붙여졌을 때, 거기서 느낀 싸함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회사가 인턴 마지막 날에 다른 부서로의 내 이동과 채용을 취소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이 ‘지금 취업준비 1년 넘게 하고 있는 사람이니 너는 우리의 말을 들어야만 할 위치임을 깨닫고 우리 생각대로 맛대로 하도록 해라’. 그 말임을 알고 있었다. 남들은 여기까지 듣고 ‘그래도 인턴 때 잘했나 봐! 너 뽑아주려나 봐!’고 했지만, 면접 이후에 ‘당신은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지원한 것도 아니고 지원하라고 해서 면접 준비를 했더니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사원증을 달고 말고로 세상은 계급이 정해져 있고 그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나의 입장과 간절함을 지나가던 낡은 축구공처럼 굴리다가 다시 발로 차 버렸음을.



전화가 와서는 ‘이 일보다 다른 일이 맞음을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입 밖으로


웃기고 있네


는 속마음이 나오지 않게 조심했다. 그는 처음 그 일이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면접을 거절하려던 내게 ‘천직이란 없다.’며 설득했다. 이러니까 개그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걸까. 세상에 남의 인생 가지고 코미디를 마음대로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저는 허락한 적이 없는데 왜 제 인생 가지고 당신들이..?

웃었다. 당신도 수고 많았다. 그 뜻을 모아서 감사하다는 한마디를 쥐어짰다. 이 비틀린 감정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으면서도 또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숨기고 싶기도 하고. 내가 그들에게 뭘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러는지 묻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인턴 때 성실하게 다녔던 일 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전환되지 못한 것이 잘못인 걸까. 나의 결점이 그들에게 힘과 무기가 되는 걸까. 아직 그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만두고 싶지만 무엇을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뭐라도 하고 싶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기가 정말 지나가긴 하는 건가? 나는 평생 여기에 묶여서 살 것만 같다. 이게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일이 안 풀리고 기분이 다운될수록 반대로 쨍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들을 그리는 것 같아요. 억지로 기분을 화사하게 하기 위함이랄까요.

++요즘 그림 소스를 옛날에 찍은 사진들에서 가져오고 있습니다. 요 며칠 그린 그림 몇 개는 전부 그랬네요. 원래 제가 물체(?)를 그리는데 약해서, 물체가 나오고 있는 요즘 그림들은 전부 그렇답니다. 이번 카메라도 예전에 친구랑 피크닉 가서 찍은 사진 안의 필름 카메라였어요. 원래는 옆에 파우치랑 프링글스가 있었지만 창작자의 권한(?)으로 없애버렸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