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나를 가둬둘 것 같은 그 순간들도 지금은 그저 갤러리 한 구석에.
요즘 들어 휴대폰 갤러리에 사진이 추가되지 않는다.
하루를 겨우겨우 클리어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클리어에 의미를 둔, ‘perfect!’, ‘good!’, ‘normal’,’bad’.. 중 아무거나 하나가 나오면 되는. 연속 ‘bad’가 나와도 일단 지내보내는 과정에 겨우 한숨을 돌리곤 한다.
그러면 당연히 점수가 낮은 한 판이 끝난다. 그런 한 판들만 계속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럼 나는 변화 없이 이대로 계속 지내고 나이만 들어가서… 그러면 무슨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서워만 하고 있었다.
찾아야 할 사진이 있어서 우연히 몇 년 전 휴대폰 갤러리에 들어가 보았다.
분명, 그때는 우울증으로 가장 힘들 때였는데,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활력과 생명력이 넘쳐서 당황했다. 혼자서, 친구와, 가족과 집 근처에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골목에서 해외에서 여행지에서 찍은 도저히 그 감성을 알 수 없는 사진들로 가득했다. 뭔 놈의 가로등을 그렇게 찍어댔는지.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시절이 과거가 되어 이제는 몇 픽셀로만 남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시간들이 훨씬 더 많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절들도 결국 과거가 되었구나.
2년째 방황하고 있는 이 순간도 과거가 될까? 난 여전히 여기서 일어나고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을 부러워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바뀌고 싶다. 변화를 느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다가올 다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면 뭘 할 수 있을까? 뭐부터 해야 할까? 어쨌거나 여기 계속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실패했다. 요즘 잠을 깊게 못 자서 그런가, 시작부터 꼬인 기분이 든다.
나를 구원해주는 건 나 자신 뿐이었다. 그걸 믿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아는 거 하나 없다. 확실한 것은 일단 살아가자는 걸로. 그 결론만 냈을 뿐이다.
넌 할 수 없어. 살 가치가 없어.
상태가 심각해지면 이런 나를 죽이는 말들이 머릿속과 마음속에 부유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가득 차기도 한다. 여전히 마치 로봇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처럼, 전광판처럼 내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깜빡깜빡, 네온사인이 들어오듯이, 그럼 그냥 그 간판을 있는 그대로 두면 된다. 굳이 생기를 더 불어넣어서 불이 가끔 나가는 간판을 세상 화려한 파티 볼로 바꿀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을 키워두면 나는 질 수밖에 없다. 생각 혹은 망상 혹은 자책 혹은 그 모든 것을 버무린 덩어리와 나는 싸울 수 없다.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니까.
그 부정적인 생각들에 일일이 답을 하지 않는다. 억지로 희망을 끌어내지도 않는다. 그냥 시작한다. 예전과는 달라지고 싶으니까 조금씩 변화를 준다. 괜히 친구나 가족들한테 전화를 걸고, 경력을 뽑는 자리라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성껏 서류를 작성해서 그냥 지원한다. 책을 쓰자는 목표를 조금씩 구체화한다. 그리고 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상황적, 상태적 절망에 누워있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머리카락을 치우고 설거지한다.
일을 하자. 일을 구하면 되는 거야.
아직까지는 주변 친구들처럼 대기업 공채에 떡하니 붙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인턴 회사보다 좋은 곳에 가서 “걔가 그렇게 잘 되었다는데~”하는 말을 듣고 싶다. 메롱이다, 하며 보란 듯이 잘되고 싶다. 하지만, 잘 되었다고 표현하기에는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아직 20대인 내 인생은 이르다. 나는 아직 젊다. 예전에 칭찬받았던 카페 알바를 시작할 수도 있고, 어디든 상관없으니 일단 사회에 들어가서 일이란 것을 스타트를 끊어야겠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웃겠지.
인턴 떨어지고 취준 2년하다니 그런 일이나 하는구나.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을 거야.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나가서 나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을 영위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즐길 거리를 찾아서 정성스럽게 살아갈 거야.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사회에 나가기 위한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