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되면 안 돼!

안녕하세요. '저렇게'입니다.

by chul
하늘에 뜬금없는 고래의 등장!

다들 얼추 대학이 정해지고, 애매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2월의 고3. 공포게임을 하면서 소리나 지르는 게 지겨웠던 당시 우리의 주된 대화는 "어떻게 하면 대학에서 아싸(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을지"였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혼자, 사람이 많은 과(공학계열)에 진학 예정이었던 나는 더욱 긴장하였다.

하지만 나의 문제와 남의 문제와 다양한 상황의 문제가 겹쳐서 나는 과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토록 '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한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무서워했던, 절대로 돼서는 안 되는 대학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되었다.

사람이 모이면 언제나 ‘되면 안 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그게 접니다.' 하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 말 자체에 모순이 있다.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되면 안 된다니. 이상하다.

하다: 사람이나 동물, 물체 따위가 행동이나 작용을 이루다.
되다 : 어떤 때나 시기, 상태에 이르다 (물론 다양한 뜻 중 문맥에 가장 가까운 뜻을 가져왔다. 저 뜻만 있지 않다.)
심지어 파란 하늘도 아니고 구리구리한 하늘을 헤엄치고 있다

된다는 말은, 여러 상황이나 의도치 않은 행동, 혹은 운 등으로 그렇게 되어버림을 의미한다. 그런데 항상 우리는 저렇게 되면 안 돼.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남들에게 말하고 듣고 나에게 말하고 듣는다. 상황마저도 내가 부족한 탓인 걸까?

전혀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어른이나 선배들, 동급생이나 동기들이 ‘저렇게 되면 안 돼’라고 말하는 표본이었다. 그렇다고 나라고 그렇게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안 그러려고 얼마나 발버둥이란 발버둥을 쳤는지.

그냥, 그렇게 되었다. 원해서도 의도해서도 아니었다.


대학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렸고,

장기 취준생이 되어버렸고,

혼자 인턴에서 떨어진 정규직 전환이 못 된 사람이 되어버렸고,

외로워 보이니 친구들을 그려주자. 먹이가 아닙니다.

남들이 최대한 피하고 싶은 상황이란 상황은 다 겪어봤다. 내 삶의 사자성어는 ‘우당탕탕’ 혹은 ‘천방지축’이 될 것이다.

이렇게 쟤처럼 되지 말아야지의 쟤가 되어본 감상은, 뭐, 그렇게 산다고 죽지는 않더라.

대체 왜 다른 사람들한테 죽을 것처럼 겁을 주는 거야? 왜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아무도 말 안 해주고 하지 마라고만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심지어 남들이 아니라 과거의 나 또한 절대 되고 싶지 않던 모습이나 상태가 되어버려서 굴욕감에 몇 날 며칠을 울고 지내도 가소롭다는 듯이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그럼 또 '어쩔 수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아침밥을 챙겨 먹고 비타민을 먹는다.

다들 바다 헤엄칠 때 저렇게 노을을 헤엄치다니.

그래서 나는, 내가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웠다.

나를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안심하는 사람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나는 꽤 잘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 나를 위로하려다가 내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꽤 보았다. 불쌍하다.)


실패를 겪은 젊은이가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 도약해서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성공을 이루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공을 논하기에 내가 아직 젊기도 하고, 백수이기도 해서. 진짜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니까. 이건 살아남길 포기하고 살아가길 선택한 한량의 이야기다.


여러분이 가능한 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 죽는 줄 알고 있는 상황. 그 이후에 삶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싶다. 누군가는 실패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가끔은 약 오르게) 멀쩡하게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런 나이기에, 멀리서 꼭 안부를 물으러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들과 커피 한 잔, 생맥주 한잔 할 수 있으니까.


1년 아닌 한 달이라도 늦어지면 낙오자라는 QR코드를 주는 이 사회에서, 정시에 딱딱 맞춰진 삶을 살아왔다. 그랬던 스무살은 감히 그리고 기꺼이 대학교 PC실에서 3월 모의고사를 출력하였다. 그때 살짝 어긋난 게 매력인 인생의 티켓도 같이 출력해버렸다는 사실은 몇년 후에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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