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혼자가 되어버렸으니, 멋진 아싸가 되기로 했다. 아싸인 나 자신을 사랑한다, 러브 마이 셀프 이런 건 아니고, ‘그냥 나는 아웃사이더고 그리고 하고 싶은 걸 한다.’를 모토로 했다. 크게 두 가지인데,
아싸라고 하고 싶은 일에 제약을 두지 않고,
아싸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물론, 아싸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도 있었다. 정보를 상대적으로 얻기 어렵다던가. 그건 감안해야 했다. 어찌 되었건 지금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냥 네모를 엄청나게 많이 그렸을 뿐
가장 먼저, 돈을 조금 모아서 입고 싶던 옷을 입었다. 당시 동기들이나 대학생들에게 유행하던 테니스 스커트, 소매가 예쁜 맨투맨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트라이프 투피스 세미 정장을 즐겨 입었다. 검은색 셔츠에 흰색 리본을 달고서. 혹은 징이 박히고 해골이 째려보는 캡모자를 쓰고 뒤에 크게 갈비뼈가 프린트된 검은색 후드티를 입었고 십자가 은색 귀걸이와 나무 모양 이어 커프를 착용했다.
파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가, 분홍색, 카키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화장은 관심 없어서 안 했다. 어째선지 교정을 다니면 미대생으로 오해를 받았으며, 택시를 타면 ‘뭐하는 사람이세요?’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대답했다. “공대생입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냥 네모를 더 많이 그렸을 뿐
대학생 상대로 할인이나 무료인 전시회들, 강의들, 연합 동아리들에 무작정 들어갔다. 누군가가 “좋겠다~누구랑 갔어?”이러면 머쓱하게 “혼자서 갔어.”라는 대화는 필수로 따라왔다. 아니, 꼭 누구랑 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때부턴 어디 갔다고 할 때마다 혼자 갔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인생 커피집을 발견했고, 혼자서 멍 때리며 보는 한강의 맛을 알았다. 혼자였기에 교수님들에게 이것저것 마음껏 물어볼 수 있었다. 전공성적이 안 나오고 취업이 걱정된다며 우리 과 교수님들 아무에게나 메일을 보내서 상담 일정을 잡았다. 물론 나는 성적도 안 좋았고 취업도 지금까지 못 했지만, 그분들이 해준 말씀과 정성스러운 경청, 공감, 진심으로 내 앞길을 걱정하고 잘 되길 바라는 눈빛은 나의 재산이 되었다. 그분들은 나에게 잘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잘 될 사람이기에 아직도 되는 건 없지만 바쁘다.
이번 구름은 조금 쉽네요
재미있게도 사람에 대한 미련이 옅어지니, 한 때 나의 추한 방황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한 명씩 연락이 왔다. 예전처럼 그들을 내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었기에 나는 그들을 기꺼이 편하게 만났다. 그래도 내가 영 문제 있는 사람은 아닌지 그런 만남 이후로 여전히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아싸여도 괜찮다, 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능한 아싸는 정말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지 않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추천하지 않는다. 인생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꾸준히 관계를 지속하는 편이 훨씬 좋다. 하지만, 나처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너의 세상은 이렇게 반짝인단다 혼자 봐도 충분히 예쁘지않니.
사람들은 다들, 술자리에 나가지 않는 대학생을 보면 놀지 않으니 성적이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건 나라는 사람을 너무 아웃사이더로만 보는 시선이다. 대학생, 특히 여자 신입생들에게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프레임이 굳어져있다. 그 프레임에 속하지 않는 경우를 보고 당황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무례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그들을 굽어 살피소서. 식견이 좁아 다른 세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그런 당신으로부터 시작하자. 그게, 완전히 고립되어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시절이 나에게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