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리 아싸로-1

대학생활 다시 되돌아보는 이야기 첫번째.

by chul

요즘 다시 개강이라서 그런지 대학생 때 썼던 아웃사이더 관련 글 조회수가 오르고 있다. 온라인 개강을 하고 있지 않나 요즘? 그래도 관계는 비슷한가보다. 하지만 이 글은 아싸탈출이 아니라 아싸로 졸업한 이야기라서…..친화력을 기르기 위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뒤로 가기를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전 여러분의 해피 캠퍼스 라이프를 항상 응원합니다.

얼른 본론을 시작해봅시다.


내가 양보할 수 없는 게 두개 있다. 하나는 크리스피도넛, 두번째가 ‘아싸’(아웃사이더)라는 단어다. 대학생때,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가 아싸라고 해놓고는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보면 동기나 후배, 선배, 아는 사람들과의 모임 이야기를 했다. 혼자 분해하며(그리고 부러웠다), 저런 사람들은 아싸라고 자기를 소개해서는 안된다고 법으로 지정해야 한다. 나는 정말,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아싸였다.

공중부양냥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 시절에는 외로움보단 괴로움이 더 컸다. 물론 외로웠지만, 친구나 지인이 없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겁이 났다. 실제로 이상하다는 말도 들었고, 너한테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밥을 혼자 먹는게 창피해서 일부러 점심 시간을 비우지 않고 시간표를 만들었다. 공부라도 잘 하고 싶었는데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과목은 성적이 영 나오지 않았다. ‘친구가 없으니 공부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쟤는 뭐지?’하는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학교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우울증도 본격화되면서 나는 침대에 붙어있는 사람이 되었다.

레인보우샤베트 먹고 싶어지는 비쥬얼.

복학하지 말 걸, 반수하지 말 걸, 사람 많은 과에 오지 말 걸,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오지 말 걸. 나를 여기로 데려다놓은 모든 요소들을 원망하고 후회했지만 결국 아침에 터덜터덜 강의실에 가서 혼자 앉아야만 했다. 그 흔한 체육대회도 가지 못했다.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온갖 활동을 했지만 역시 사람들과 이어지질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무리가 있었고, 나는 형성된 무리 안을 비집고 들어갈만큼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몇번의 동아리를 때려쳤다. 그 중 가장 속상한 것은 ‘합주부’였다. 사람들도 좋았고, 복학 이후 기가 죽은 나를 위해 부모님이 대학생활 잘 적응하라며 150만원이 넘는 새 바이올린을 사 주었다. 첫 연습 때, 바로 4번째 줄이 끊어졌다. 그때부터 불안했다.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내가 사람들을 사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합주부 특성 상, 사람들은 연습과 대회를 1순위로 두었는데, 나는 친구 사귀기가 1순위였으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일부러 술자리에서 망가지며 사람들을 웃겨주다가 갑자기 속상해져서 혼자 화장실 가는 척 도망쳤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 사준 비싼 바이올린인데, 나는 왜 그 무엇도 챙기질 못할까. 한없이 무력해졌다.

다 그리고 보니까 저 밑의 고양이는 하늘 안 보이지 않니?


지금 생각해보면, 스쳐지나갔던 많은 동아리 중 하나라도 꾸준히 나갔으면, 밥을 같이 먹는 지인 정도는 생길 수 있었다. 나는 당장 내가 멋진 친구를 사귀어야한다는 강박으로, 초조해져서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어쩌다가 나에게 다가온 사람에게는 커피를 사면서 외롭다고 신세한탄을 했다. 그렇게 다가온 사람도 떨어져나갔다. 나라도 맨날 우울해하고 어디 가지 말고 나랑 있으라는 사람이랑 같이 있고싶지 않았을텐데. 어쩌겠는가, 그냥 그렇게 서울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살아가야지. 졸업이나 해야지.


라는 신세한탄 글이었으면 시작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멋있고 귀여운 아싸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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