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세상 억울합니다.
대학 졸업쯤부터 지금까지,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2년이 조금 안 되는 동안,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최대의 피해를 받고 후유증을 얻었다.
아닌 척했지만, 올해 초 한 회사가 뒤집어버린 나의 채용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른 동기는 이후 멋지게 바로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던데, 나는 아니었다.
아닌 척했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의 절망을 비웃고 나를 무시한 사건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세상 모두가 나를 공격하고 농락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모두가 내가 노력하고 울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즐겁게 보고 있다가, 한 걸음만 나가면 되는 그 순간에 다시 미끄러지는 내 모습에서 클라이맥스라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불속에서 덜덜 떨었다.
이 세상을 원망하면서, 그럴 거면 왜 나란 존재가 이 세상에 나왔는지, 왜 나는 남들이 될 만한 일이 안 되는지, 세상이 계속 나를 주시하다가 다시 굴러 떨어트리는 게 아닌지.
그런 오해를 했다.
그래 오해다. 아주 커다란 오해.
사실, 세상은 내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를 거니까.
나는 그렇게 세상이 주목할만한, 그리고 이 세상 모두가 미워할 만한 큰 존재가 아니다. 취업준비도 마찬가지이다. 그 많은 서류와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사 담당자들이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어떻게든 떨어트리려고 한다? 그런 착각을 했었다. 내가 뭐 대기업의 숨겨진 장자도 아니고, 그냥 수많은 지원자 중 하나인데, 그 누가 나를 알겠는가?
내가 남들을 신경 쓰는 정도를 가늠해보면, 나 또한 남들에게 그 정도 존재일 뿐이다. 하물며 70억 인구가 사는 이 세상이 나를 주목하면서 괴롭힐 확률은…. 얼마나 되려나.
그냥 세상은 일을 일으켰을 뿐인데 내가 지나가다가 맞았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야 세상이 주먹질을 한 거지만 세상 입장에서는 내가 자기 주먹에 냅다 머리를 박은 거나 다름이 없다.
반수부터 꼬여버린 나의 20대. 내 탓도 해봤지만 불가항력으로 일어난 일들이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세상을 탓하며 지냈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약은 언제쯤 줄어들까. 나는 언제쯤 모든 걸 부정당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물론 따지자면 이런저런 일을 일으킨 세상 탓이 맞다.
하지만, 나의 오해는 세상이 나에게만 오직 나만 보면서 불행을 준다는 생각이다. 세상도 억울하겠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면 진작에 난 고소당했을 것이다.
내 믿음이 결국 내 행동과 기분을 좌우했고, 앞으로의 나의 세상을 결정지었다. 유독 세상에게 미움받는다는 오해는 모든 선택에서 내가 망설이게 해 주었다. 내 선택이 앞으로의 일을 좋게 만들어준다는 확신이 없어서였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없다시피 한다. 그렇지만 내가 만든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빛, 그 눈빛이 없어지면 나는 훨씬 더 선택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정말 내 선택에 의해서, 내 노력에 의해서 나의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질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2년 취업 준비하더니 결국 저 꼴 났네, 이런 상태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항상 두렵다. 난 아직, '그럼 뭐 어때!'하고 넘기지 못한다. 가능한 잘되고 싶다. 내일에 또 알 수 없는, 절망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일에 많이 붙잡혀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살아가면, 정말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어찌 되었든 결국 살아나가 봐야 아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