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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Oct 21. 2021

애매한 기간 동안 커피는 더 씁쓸해질 뿐이다.

다 울었으면 할 일을 하자.

갑자기 커피 이야기를  보자면, 드립 커피는 마지막에 너무 오래 기다리면 커피가 써진다고 한다. 처음에 드립 커피를 내려 마셨을 , 조금 붓고 기다리고 조금 붓고 기다리는 게 싫어서 한번 붓고 다른 일을 했다. 그렇게 미적지근하게 커피를 왔다 갔다 하면서 완성했다. 차라리 집중해서 커피만을, 내가 마실 커피만을 위해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내리는   맛있고 뿌듯하다. 그리고 다른 기구나, 방법을 쓸 수도 없다. 그냥 물을 떨어트린다. 오로지 중력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정직하고 당연할 수가 없다.


모든 일을 드립 커피 내리듯이 하고 있다. 집중해서 정성스럽게 예의를 차려서 한 번에 한다. 당연하게도 내 노력만 들어간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 전공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 봐 조심스럽지만…. 그 어려운 역학 수식, 정리, 정의들 중에서 유독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해야 하는 일의 크기는 결국 같다는 진리. 내가 절벽을 클라이밍 해서 한 번에 올라가면 빠르다. 하지만 굉장히 힘들다. 목숨도 꽤 위험하다. 하지만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면 훨씬 수월하다. 목숨도 안전하다. 정말 운이 안 좋아서 머리로 콩콩 내려오지 않는 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안전하다. 거리와 시간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길어진다. 결국 고생의 정도는 굳이 굳이 모아서 합해보자면 같다. 뭐 일의 총량의 법칙인가 뭔가 멋있는 이름이 있었지만 졸업한 지 꽤 됐으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일과 선택을 미루지 말자는 이야기를 전공을 살려서 한번 해 봤다.


애매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오는 좌절의 크기도 커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충동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빨리 정해서 그에 몰입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팔자에도 없는 코딩을 공부하고 있다. 어차피 관련 직무에 관심이 있고, 시험도 생겨버렸고(서류 적을 때만 해도 코딩 테스트 없었잖아욧!) 내 전공을 살리기엔 늦었겠다, 관련 자격증 시험도 내년에나 있겠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통과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며칠 밤새 공부해보니까 더욱 잘 알겠다. 왜 전공한 사람들도 몇 달을 공부하는지. 그렇다고 안 할 순 없었다. 정확히는 ‘안 하는 주제에 다가오는 시험 일정은 신경 쓰이는 상태’로 일주일을 지낼 순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떨어지면 적어도 ‘에휴 어쩔 수 없네’로 끝낼 수 있었다. 이 계기로 미뤄두었던, 하지만 언젠간 공부할 것 같았던 코딩을 2년 만에 공부하면서, 나중에는 코딩 테스트를 칠 정도의 실력을 올려서 직무의 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사는 곳을 12월까지만 살기로 했다. 그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서 결론을 낼 생각이다. 관련 공부들을 하고 있고, 철판을 깔고 여기저기 물어볼 준비도 하고 있다. 애매하게 예의를 차리다가 상대방도 나도 의문만 남는 대화보다는, 차라리 제대로 물어봐서 상대방이 확실하게 거절할 수 있도록. (거절은 그분들의 몫이라고 넘겨버리자!)


드립으로 라테를 내리려면 훨씬  많은 시간과 재료, 노력이 들어간다. 우유가 필요하고, 원두는 드립만 마실 때보다  많이 갈아 넣어야 한다. 진하게 내려야 하기 때문에 계속 저어줘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 번거로움은 불가피하다. 밍밍하고  커피를 10 넘게 만들지, 5 안에 맛있는 라테를 만들지.  무엇도 싫다면 결국 인스턴트커피가루로 빠르게 마시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모두 정성스러운 드립에  커피는 명함도  내민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는, 부푸는 원두를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갈아 넣어서 블렌디한  원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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